'초대형 IB 大戰' 뛰어든 신한금투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투자은행(IB) 대열에 합류한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에 이어 여섯 번째다. 기존 초대형 IB 증권사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3조원대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도 초대형 IB 진입을 노리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핵심은 발행어음

신한금융지주는 10일 서울 세종대로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자회사인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원을 출자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리딩금융그룹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신한금융투자를 초대형 IB로 키우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 대형화 추세에 대응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비(非)은행 부문 수익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도 담겼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3조3600억원에서 4조2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자기자본 4조원을 넘으면 초대형 IB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받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초대형 IB 증권사는 5곳이다. 2016년 제도 도입 이후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이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초대형 IB 大戰' 뛰어든 신한금투
주요 증권사가 앞다퉈 덩치를 4조원 이상으로 키우려는 것은 발행어음 사업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만기 1년 이내 발행어음이 허용된다. 부동산금융, 비상장사 지분 매입 등 다양한 IB 딜과 자산 투자가 가능해져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처럼 금융지주에 속한 증권사는 그룹 내 자회사들의 사업에 이 자금을 활용할 수도 있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으면 초대형 IB로 지정될 수 있지만 핵심 사업인 발행어음은 단기금융업 인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두 곳만 인가받았다. KB증권은 지난 8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인가안을 의결받아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각각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배당 사고 등으로 인가 심사가 중단됐다.

메리츠종금증권도 곧 합류

'초대형 IB 大戰' 뛰어든 신한금투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지난 3월 취임과 함께 “발행어음 사업에 참여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한금융은 내부 유보금 4600억원에 2000억원 규모의 원화신종자본증권을 더해 다음달 출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는 7월께 금융위원회에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해 올해 안에 초대형 IB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다. 통상 단기금융업 인가에 소요되는 시간이 5개월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이르면 연내 인가 신청이 마무리될 것으로 신한금융 측은 내다봤다.

신한금융은 이 같은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그룹 전반의 은행 의존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5대 금융그룹의 올 1분기 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금융(36.2%)이다.

다음 타자로는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거론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작년말 기준 3조4700억원이다. 내년 4월 종금(종합금융) 라이선스 반납에 맞춰 초대형 IB 자격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5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면 추가 증자 없이 초대형 IB 자격을 얻을 수 있다. 1분기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6% 늘어난 1414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경쟁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IB에 뛰어든 만큼 올해 안에 증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의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3조3000억원이다.

최만수/정지은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