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다르다"…현대차그룹, 시총 증가율 1위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증시에서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11개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이 2017년 말 총 102조2404억원에서 작년 말 84조1402억원으로, 18조1002억원(17.7%) 쪼그라들었다. 미·중 양국에서의 판매 부진, 불확실한 미래차 사업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했다. 현대차, 기아차 등 핵심 계열사들이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4월 말까지 시총이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총 증가율 1위’ 현대차그룹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4월 말 시총은 99조328억원으로 작년 말(84조1402억원)보다 17.7% 증가했다. 10대 그룹 중 증가율 1위다. 신세계(7개 상장사·15.1%) 삼성(16개·12.9%) SK(18개·11.5%) LG(12개·11.3%)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건설(-3.8%) 현대로템(-22.0%)을 제외한 9개 계열사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위아가 33.6% 불어나 증가율이 가장 컸다. 기아차(34.2%) 현대글로비스(23.6%) 현대차증권(18.1%) 현대차(16.4%)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가장 큰 요인은 실적 개선이다. 금융회사인 현대차증권 등을 제외한 현대차그룹 9개 계열사의 1분기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총 2조5575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21.9% 불어났다. 현대중공업그룹(35.9%)에 이어 2위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효과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통상임금 관련 소송 패소로 쌓아뒀던 충당금 환입 효과까지 본 기아차의 영업이익 증가율(94.4%)이 가장 컸다. 현대글로비스(23.1%) 현대차(21.1%)가 뒤를 이었다.

증권업계는 현대차그룹이 2분기에도 영업이익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8640억원으로, 작년 2분기(2조6798억원)보다 6.9% 늘어날 전망이다.

2분기 컨센서스 증가율은 신세계(4개 상장사·8.7%)에 이어 2위다. 계열사별로는 현대위아(61.6%) 기아차(22.3%) 현대건설(12.9%) 현대글로비스(9.8%) 현대차(9.7%) 순으로 증가율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차가 줄줄이 쏟아지면서 ‘맏형’인 현대차가 그룹 전체의 실적 개선 추세를 이끌 것이란 관측이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가 출시되는 2분기에도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주가치 제고 효과는 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올 들어 주주가치 높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최근엔 현대모비스가 지난달 26일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6월 말에 사상 첫 분기배당을 하기로 했다. 주당 배당금은 1000원으로, 1분기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분기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은 17.8%다. 현대모비스는 하반기에 3000억여원의 자기주식을 매입해 이 중 625억원을 소각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증권업계에선 “그룹 내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곳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승계를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현대글로비스(정 수석부회장 지분율 23.2%) 현대오토에버(19.4%)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업종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부진 심화 우려, 세타2 엔진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등으로 인해 주가가 출렁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현대차그룹주 전반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