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산업의 위상은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국내 영화시장 규모는 약 16억달러로 미국 중국 일본 영국에 이어 세계 5위(미국영화협회 집계)다. 관객 수는 6년 연속 2억 명을 돌파했으며 1인당 관람 횟수는 4.18회로 2013년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영화관 사업자인 롯데컬처웍스와 CJ CGV 등은 중국 베트남 터키 등 세계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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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연속 2억 명 돌파

2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2억1639만 명으로 6년 연속 2억 명을 넘어섰다. 매출은 1조814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영화 점유율은 50.9%에 달해 8년째 절반을 웃돌았다. 현재 자국 영화 점유율이 50%를 넘는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미국 일본 중국 인도밖에 없다. 다만 영화사 수익률은 악화됐다. 작년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이 투입된 국내 상업영화 40편의 평균 총제작비는 103억4000만원으로 2017년보다 5.7% 상승했다. 평균 순제작비는 79억원으로 7.8% 올랐다.

제작비 상승에도 기대만큼 관객을 끌어모으지 못하면서 평균 수익률은 -17.3%로 떨어졌다. 2012년부터 흑자 기조를 유지하던 한국영화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7년 만이다. 한 해 전 18%와 비교하면 대폭 하락 반전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관습적인 흥행코드를 나열한 서사로 관객의 외면을 받았고 성수기를 노린 일률적인 배급 전략이 제로섬 게임으로 치달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내 극장산업도 영향을 받았다. 작년 한국영화 관객 수는 1억1015만 명으로 2017년 대비 3.3% 감소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구 성장세가 둔화되고 레저활동이 점점 다양해진 영향”이라며 “뚜렷한 흥행작이 없었던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배급사 관객 점유율에서는 2017년 2위였던 롯데가 ‘신과 함께’ 시리즈 흥행에 힘입어 17.1%로 1위에 올라섰다. 디즈니는 13.9%를 차지하며 2위에 올랐다. 15년간 부동의 1위였던 CJ ENM은 13.3%에 그쳐 3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흥행작이 잇따르면서 국내 영화관 실적도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 덕분에 1분기 극장 관객은 작년보다 13.2%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도 곧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급성장하는 베트남 시장에 주목

국내 영화관 사업자들은 해외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가장 주목하는 시장은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경제 성장률이 가장 높은 데다 1억 명에 육박하는 전체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30대 이하 젊은 층이기 때문이다. 2013년 550억원 수준이던 베트남의 영화 시장 규모는 2017년 138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시네마는 지난달 말 기준 41개 지역에 193개 스크린을, 2011년 진출한 CJ CGV는 71개 지역에 418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양대 사업자가 본격적으로 극장을 늘리기 시작한 201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 영화산업도 급속히 성장했다.

롯데시네마 베트남은 올해 현지 영화 5편의 투자·제작·배급을 맡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까지 베트남에서 배급 사업에만 집중했지만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해 투자·제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연구원은 “신흥국 시장의 영화관산업은 성장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공격적 투자를 통한 점유율 확대가 결국 시장 선점과 이익 극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