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엄재현 포레스팅HQ 대표. / 사진=최혁 기자
지난 26일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엄재현 포레스팅HQ 대표. / 사진=최혁 기자
30일 오픈베타 서비스를 출시하는 블록체인 기반 소셜미디어 포레스팅은 균형감과 사용성이 돋보인다.

익숙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미디어 플랫폼들의 강점을 아우른 게 우선 눈에 띈다. 포레스팅의 ‘픽(PICK)’ 기능은 SNS에 올라온 콘텐츠에 투표하는 기능. 페이스북 ‘좋아요’와 유사하다. ‘슈팅(Shooting)’ 기능으로는 크리에이터에게 포인트 ‘베리(BERRY)’를 직접 후원할 수 있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이 연상된다.

여기에 보상 개념을 도입했다. 모은 베리는 자체 발행 ‘피톤코인’으로 환전할 수 있다. SNS 사용자들이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데 착안했다. 예컨대 페북에 게시물을 올리면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모두 플랫폼이 가져간다.

SNS상 콘텐츠에 보상을 주자는 아이디어가 아주 새로운 건 아니다. 블록체인 기반 SNS의 원조 격인 스팀잇이 시작했다. 포레스팅의 차별화 포인트는, 일상적 소셜미디어 활동에 이를 적용한 것이다.

포레스팅의 '베리' 캐릭터와 함께 인터뷰하는 엄재현 대표. 포레스팅은 30일 오픈베타 서비스를 출시한다. / 사진=최혁 기자
포레스팅의 '베리' 캐릭터와 함께 인터뷰하는 엄재현 대표. 포레스팅은 30일 오픈베타 서비스를 출시한다. / 사진=최혁 기자
“스팀잇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블록체인 커뮤니티’에 가깝다고 봐요. 포레스팅은 동질적 커뮤니티보단 일상에서의 라이프 스타일 기반 소셜미디어를 표방합니다. 페북도 많이 변했어요. 초기엔 사람 중심, 콘텐츠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광고주 중심, 커머스 중심이 됐죠. 저희는 다시 ‘소셜’을 불러오고 싶은 겁니다. 어떻게? ‘공정한 가치 분배’로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기라성 같은 SNS들 사이에서 포레스팅이 파고들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난 26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엄재현 대표(사진)는 포레스팅을 이같이 소개했다. SNS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리거나 투표하면 보상을 지급하고, 플랫폼 광고 수익도 유저들에게 나눠줄 요량이다. 모든 활동은 블록체인 분산원장을 활용해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

실생활에서 손쉽게 쓸 수 있는 점은 확실한 ‘진화’다. 가상화폐(암호화폐)의 최대 걸림돌은 사용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었다. 포레스팅은 모바일 쿠폰 결제를 연동해 이러한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 포레스팅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에서 베리로 스타벅스·이마트 등의 모바일 쿠폰을 구매할 수 있다.

엄 대표는 “그동안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토큰 이코노미를 이론적으로 설계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실생활에서 어떻게 쓸지에 대해선 고민이 부족했던 면이 없지 않다”며 “포레스팅은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기보다 있는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해 유용하게 쓸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밸런스(균형감)와 사용성을 중시했다”고 귀띔했다.

그의 현실 감각은 해외 컨설팅 회사에서 기업 평가 및 투자를 담당하던 경력이 녹아든 것으로 보였다. 세심하게 관찰하고 포인트를 집어냈으며 실제 유인 효과가 있을지 꼼꼼히 검토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릅니다. 콘텐츠 만들기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도, 콘텐츠를 보기만 하는 눈팅족도, 좋은 콘텐츠를 알리고 공유하는 데 특화된 사람도 있어요. 어떤 형태로든 플랫폼에 기여하는 거죠. 그렇다면 콘텐츠를 만들고 투표하고 유통하는 사람 모두가 보상받는 시스템이 공정한 것 아닐까요.”
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엄 대표는 포레스팅 시스템의 핵심을 ‘공감대’라고 강조했다. 슈팅 기능만 있으면 선정적·자극적 콘텐츠가 선택받겠지만 픽 기능이 보완할 것으로 기대했다. 유저가 어떤 콘텐츠에 픽했는지 이력이 공개된다. 재미 요소 못지않게 공감 요소가 자정 기능을 해줄 것이란 얘기다.

배타적이지도 않다. 저작권 문제만 없다면 다른 SNS에 올리는 콘텐츠도 얼마든지 포레스팅에 올릴 수 있다. 다른 SNS 플랫폼들과 처음부터 전면 경쟁하기보단 공존하면서 공정한 보상과 서비스로 유저에게 어필하는 장기 전략이다.

포레스팅은 SNS에 콘텐츠 5~10개 가량 올려 픽을 받으면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살 수 있을 만큼 보상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30일 시작되는 오픈베타 서비스를 거쳐 정확한 보상 지급비율 등은 조정해나갈 계획이다.

엄 대표는 “오픈베타 서비스를 통해 보상 시스템 체계화, 세부 정책 정립을 비롯한 포레스팅 엔진과 알고리즘을 다듬을 것이다. 또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경험(UX)을 제공하는 토대를 쌓고, 모바일 쿠폰 서비스 등이 얼마나 실제 수요가 있을지 테스트해보겠다”면서 “한국 시장을 테스트베드 삼아 8월 중으로 글로벌 대상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