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까지만하더라도 ‘동전주’에 머물렀던 국일제지가 자회사의 그래핀 제조 기술이 부각되면서 급등세를 타고 있다. 흑연을 원료로 하는 그래핀은 구부러져도 강도나 특성이 변하지 않고 전류 전달속도가 빨라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지난 26일 코스닥시장에서 국일제지는 10원(0.69%) 오른 14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1000원 안팎 좁은 박스권에서 오르내리던 국일제지는 24일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26일엔 장중 182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날 거래량은 1억6217만건에 달했다.

국일제지가 갑자기 급등세를 탄 데엔 자회사 국일그래핀이 8인치 플라즈마 화학기상증착 기술(PECVD) 제조설비를 선보인 그래핀 제조 기술 시연회를 지난 24일 연 게 핵심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 참석한 구글측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에게 알려지면서 갑자기 ‘사자’ 수요가 몰렸다.

PECVD는 화학반응을 통해 선택적으로 원하는 물질을 기판에 증착하고, 불필요한 물질은 외부로 배출하는 기술이다. 국일제지는 국일그래핀의 이 기술에 대해 미국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고 26일 밝혔다.

2004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한 국일제지는 주문생산(OEM) 방식으로 특수지를 개발·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억6000만원에 그쳤고, 22억57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매출의 80.6%를 담배필터로 쓰이는 박엽지 등으로 냈다. 이 회사는 종이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작년 11월 국일그래핀을 설립했다. 자회사를 통해 그래핀 기술을 통한 특수지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최우식 국일제지 공동대표는 “국일그래핀은 상반기 내에 8인치 무전사식 그래핀 제조기술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완성 후 구글 등과 투자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기술 수준, 구글의 투자여부 등이 확정된 뒤 투자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