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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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의 실적과 하반기 회복 기대감 사이에서 게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 기대감이 있지만 유럽 의회 선거, 미국 예산안 심의 등 불안 요인도 여전하다. 다시 게임(and game)에 임하면서 경계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24일 오전 11시2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0.46% 하락하고 있다. 코스닥은 약보합세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트위터와 록히드마틴 등이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미 증시의 선전에도 한국 증시의 상승추세 돌입은 아직 기대난망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암울한 기업실적 발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올해 코스피 기업들의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20% 감소한 160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10월 이후 본격적으로 낮아졌지만, 주가는 올랐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8%, 코스닥은 12% 이상 상승해 이에 대한 부담도 크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예상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가 2520선, 12개월 후행 PBR 1배는 2330선에 위치해 있지만 지금 상태라면 지수가 강하게 상승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2019년 예상 투자자들의 주식에 대한 요구수익률(PER의 역수)이 9.0%인데, 올해와 내년 예상 코스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각각 7.8%와 8.8%로 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ROE가 요구수익률을 밑돌면 코스피가 장부가치인 PBR 1배도 인정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2008년, 2014~2015년이 그랬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음달 국내 증시는 반등추세 연장의 기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 외적인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을 통과하게 될 것"이라며 "미중 무역협상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지만 미국과 유럽의 무역분쟁 가능성, 유럽의회 선거, 미국 2020년 예산안 심의 등의 이슈가 금융 시장을 불안전하게 유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달 23~26일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는 극우 및 극좌(포퓰리즘) 정당의 약진이 예상된다. 이 경우 미국에서 시작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정부의 2020년 예산안은 5월15일부터 약 한달간 심의를 거쳐 의회로 넘어간다.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고, 트럼프 정부가 이에 집중한다면 한반도 문제의 협상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김 센터장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민감도가 적은 산업군의 투자비중을 늘리고, 현금비중을 조금 높여 위험관리에 대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