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그동안 한국 일본 등 8개 국가에 적용했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 조치를 다음달 2일 종료키로 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한국 화학기업들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생산을 위해 값싼 이란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상당량 수입했다. 이번 조치로 원재료 비용이 증가하면서 에틸렌을 생산하는 한국 화학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반짝 상승' 화학주, 이란發 유가 급등에 '발목'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70달러(2.66%) 오른 65.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 기업들의 수입 비중이 높은 두바이유도 2.29달러(3.22%) 상승한 73.36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유가가 출렁이자 화학주들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롯데케미칼은 5000원(1.78%) 떨어진 27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작년 4분기 유가 하락기에 구입해둔 연료가 생산에 투입되면서 발생한 비용절감 효과, 중국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 등으로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 33만1000원(2월 21일 종가)까지 올랐다. 하지만 3월 이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LG화학대한유화도 올해 고점 대비 각각 5.95%, 15.80% 떨어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란 콘덴세이트는 나프타 생산 비율이 70~80%에 달해 20%대에 불과한 다른 지역 원유에 비해 생산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며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이란산을 대체할 만한 콘덴세이트가 마땅치 않아 당분간 원재료 비용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매한 원재료는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생산설비에 투입되는 만큼 비용 증가 악재는 2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