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의 시대 - 투자 대가에게 길을 묻다
(7) 데이비드 드레먼 역발상 투자의 창시자
"전문가 추천 주식은 피하라"…非인기 종목 투자로 16년간 617% 수익

데이비드 드레먼은 ‘역발상 투자’라는 투자기법을 개발한 창시자다. ‘효율적 시장이론’에 맞서 드레먼은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고, 사람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감정에 따라 과잉반응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전통주의자들의 맹렬한 비판에도 꿋꿋이 논리를 키워나갔다. 역발상 투자가 ‘언제나 시장을 이기는 투자법’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드레먼의 저서 《역발상 투자전략》에 대해 “아주 유용하며 문외한이나 전문가 모두에게 매우 귀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드레먼의 역발상 투자는 성과도 우수했다. 1970년부터 40여 년간 역발상 투자 수익률은 시장의 두 배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드레먼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최고의 주식과 업종은 선호하고 최악은 멀찌감치 피한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인기주와 비인기주는 모두 평균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추천 주식은 피하라"…非인기 종목 투자로 16년간 617% 수익

“투자자는 언제나 과잉반응한다”

드레먼이 처음부터 역발상 투자를 강조한 것은 아니다. 증권 애널리스트로서 막 커리어를 쌓던 시절인 1969년 그는 당시 인기주에 투자해 75%의 손실을 봤다. 이후 드레먼은 투자자들의 심리와 행동 패턴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는 시장을 지배해온 효율적 시장 가설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투자자 과잉반응 가설’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드레먼은 1977년 드레먼밸류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현재 40억달러(약 4조5488억원)가 넘는 기관과 개인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역발상 투자의 기본 원칙은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데서 출발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인간이 활동하는 시장 역시 효율적이지 않다. 드레먼은 “인간의 감정은 위험에 대한 이성적 판단이나 선택을 바꿔놓거나 간섭할 수 있다”며 “버블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패닉으로 이어지며 가격이 폭락하는 이유는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기 없는 소외주에 투자해라”

이 때문에 시장에서 몸값이 치솟는 인기주 대신 소외주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드레먼은 “전문가들이 좋아하는 주식은 절대 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개인보다 많은 정보를 알지만 그렇다고 예측 정확성이 높은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인기주에 대한 편견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향이 크다고 드레먼은 지적했다.

그는 인기 없는 종목을 찾는 역발상 투자를 제안했다.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 주가현금흐름비율(PCR:주가/주당현금흐름), 주가배당비율(PDR:주가/주당배당금)이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는 시장 평균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냈다. 미국 시장에서 지난 25년간 저PER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했을 때 누적 수익률은 3511%에 달했다. 저PCR(3464%), 저PBR(3064%) 종목도 높은 성과를 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장은 “주가가 적정 가치 수준에서 거래되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며 “역발상 투자는 인기 없는 주식에 투자하는 가치투자의 원칙과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적용해봤더니

드레먼의 투자전략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투자자에게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그의 전략을 토대로 자산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모의투자한 결과, 2002년(블룸버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시점)부터 작년까지 누적 수익률 기준으로 코스피200지수 상승률을 세 배 가까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역발상 투자 종목을 뽑기 위해 우량주 위주의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PER, PBR, PCR, PDR 등 네 개의 지표 가운데 하위 30%에 속하면 그때마다 1점씩 부여했다. 이후 △EPS(주당순이익) 증가율 상위 50% △유동비율 100% 이상 △부채비율 하위 50%의 조건을 만족하는 종목을 꼽았다. 그리고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지표 총합(PER, PBR, PCR, PDR 포함 여부의 합)이 높은 순으로 20개 종목을 뽑았다. 순위가 같은 경우 EPS 증가율이 상위인 종목을 우선 편입했다. 2002년부터 매년 4월 1일 리밸런싱(종목 교체)하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그 결과 드레먼 전략의 16년 누적 수익률은 617%였다. 연 환산 복리로 21.09%의 수익률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226% 올랐다. 역발상 투자는 하락장에서 강점을 보였다. 2008년과 2011년, 2018년 약세장에서 각각 코스피200지수보다 손실률이 낮았다.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은 “역발상 투자는 이미 많이 싸져 더 이상 싸지기 힘든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기에 하락장에서 방어력이 뛰어나다”며 “하락장에서 돈을 잃지 않다가 상승장에서 남들만큼 이익을 내는 가치투자 방식은 장기적으로 남들보다 꾸준히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담아야 할 종목으로는 LF, 한섬 등 패션주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꼽혔다. 대덕전자, 대한유화, 롯데정밀화학, 세방전지 등도 역발상 투자로 담을 만한 종목으로 선정됐다.

전체 시장을 놓고 비인기주를 담는 것이 지루하다면 업종별 소외주를 담는 방식도 추천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해당 업종 전체 주가의 높고 낮음은 고려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아라”

드레먼은 역발상 투자로 개인투자자들도 펀드매니저 등 전문가를 웃도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정보와 분석력, 예측력이 없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어떤 주식을 고를지 고민할 필요 없이 조건에 맞는 종목을 선택하면 된다. 서 부사장은 “뛰어난 분석력이나 매매감각을 지닌 0.1%를 제외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역발상 투자와 같은 가치투자를 공부하고 활용해야 승산이 있다”며 “떨어지는 칼날을 잡고 물타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마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아도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드레먼은 “포트폴리오 변경을 전혀 하지 않아도 높은 수익이 유지된다”며 “처음에 신중하게 주식을 고른 뒤 조금씩만 조정해나가면 시장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드레먼의 투자법 역시 다른 대가들의 투자법과 마찬가지로 장기 투자에 적합하다. 드레먼은 “역발상 투자에 따라 선정된 주식들이 수십 년간 시장에서 수익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 해나 몇 해 동안은 시장 평균보다 나쁠 수 있다”며 자신의 전략이 시장에서 즉시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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