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시총 1위’ 빈그룹에 무슨일이?…국내 베트남 투자자들 촉각
22일 베트남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3일 베트남 공안은 빈그룹 총수의 친동생 ‘캄 낫 부’를 정부공직자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현지 민간 위성방송 업체인 AVG의 회장이었던 캄 낫 부는 국영 이동통신사인 모비폰(Mobifone)의 인수합병(M&A)과정에서 정부 관계자 등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호치민 증권거래소(HOSE)에 따르면 빈그룹의 시가총액은 347조동(약 17조원·22일 기준)으로 베트남 주식 시장의 11.02%를 차지하고 있다. 자회사인 ‘빈그룹홈(시총 2위, 약14조원)과 빈컴리테일(시총 11위, 약 4조원)까지 더하면 전체 주식 시장 중 빈그룹사의 비중은 23%에 달한다.
베트남 현지 투자자들과 베트남에 투자한 국내 투자업계 등은 빈그룹을 둘러싼 수사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AVG 인수 당시 주관사인 VCSC증권사의 실질적인 주인이 2016년 4월까지 베트남 총리를 지낸 ‘응웬 떤 중’의 친 딸 ‘응웬 탄 푸옹’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해서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주당 10만동(5000원)대에서 12만동(6000원)대로 상승곡선을 그리던 빈그룹주가는 체포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 이후 약보합세를 보였다.
베트남 현지의 투자업계 관계자는 “캄 낫 부가 체포소식이 빈그룹에 대한 전반적인 리스크가 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체포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빈그룹이 베트남판 적폐청산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장 주식에 큰 영향은 없더라도 공산당 하에서 장기적으로는 빈그룹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자칫 중국 ‘완다그룹’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완다그룹의 자회사인 완다시네마는 2016년까지 미국 AMC를 시작으로 굵직한 글로벌 영화사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당시 중국 당국이 각 은행에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 자금 리스크를 조사하라고 지시하면서 급격한 주가하락을 겪었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공산당 내 권력 암투 과정에서 밀려난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와 각별한 관계라고 알려졌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대표는 “전 총리까지 언급되면서 빈그룹과 특정 정치세력의 관계로 수사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빈그룹 주가 자체는 관리를 잘하고 있지만 예상못할 리스크인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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