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株 투자 '10배 차익' 낸 제약사들
신약 개발에 나선 바이오 벤처기업에 투자해 ‘대박’을 친 제약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독·부광약품·이연제약 등 제약사는 투자금 대비 10배 이상을 거둬들였다. 일동제약도 4배에 가까운 차익을 남겼다. 적은 돈으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기존 제약사와 시장의 안정적인 판로를 얻으려는 바이오 벤처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이 같은 지분 투자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독, 제넥신 지분매각으로 1100% 수익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난달 항암제 개발사 셀리버리 주식 18만 주 전량을 매도해 87억원을 현금화했다고 공시했다. 일동제약은 2017년 2월 셀리버리가 시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상환전환우선주(RCPS) 18만 주를 20억원에 인수했다. 셀리버리가 지난해 11월 ‘성장성 특례상장 1호’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됐다.

부광약품도 지난해 8~10월 석 달간 안트로젠 주식 40만 주를 장내 매도해 377억원을 회수했다. 올 1월에도 안트로젠 주식 60만 주(397억원 규모)를 장내 매각 및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로 추가 처분했다. 일부 지분만 팔았지만 2000년 안트로젠 설립 당시 투자금(약 4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부광약품은 아직 안트로젠 지분 7%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독은 지난해 유전자 치료백신 바이오 업체인 제넥신 주식을 매도했다. 지난해 2월 한독은 보유했던 제넥신 370만 주 중 장내에서 약 12만 주를 111억원에 팔았다. 한독은 2012년 유상증자 참여와 전환사채(CB) 매입으로 330억원을 투자해 제넥신 최대주주가 됐다. 매입 단가 평균은 주당 7400원이었다. 지난해 처분가(약 9만2600원)를 감안하면 1100% 이상 수익률을 냈다. 2017년 말에도 한독은 제넥신 주식 54만 주를 274억원에 처분했다.

이연제약은 작년 1분기 바이로메드 4만6000주를 106억원에 장내 매도했다. 작년 7월에는 56만944주를 블록딜로 1103억원에 처분했다. 이에 따라 이연제약은 바이로메드 보유 지분 3.80% 가운데 10주만 남기고 모두 처분했다. 2007년 바이로메드 유상증자에 처음 참여한 이후 99억원가량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12배가량의 차익을 남겼다. 이연제약 관계자는 “회수한 자금은 충주 신공장 투자 등에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리버리, 올해 주가 186% 상승

이 같은 제약사들의 바이오벤처 투자는 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신생 바이오주 투자는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리스크(위험)가 작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오주가 상장되거나 주가가 오르면 차익금을 다른 시설투자 등에 쓸 수도 있다. 신약 개발에 성공해 ‘잭팟’이 터지면 금상첨화다. 바이오벤처 입장에선 유명 제약사의 투자로 기업 가치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통상 제약사가 유력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가진 바이오주와 제휴를 맺어 지분을 사들인다. 유한양행은 작년 9월 코넥스에 입성한 엔솔바이오사이언스의 2대 주주(11.75%)다.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YH14618) 기술이전을 받아 공동개발에 나선 게 지분 투자의 계기가 됐다. YH14618은 작년 7월 미국 스파인 바이오파마사와 로열티 계약을 맺기도 했다. 2015년 한올바이오파마를 인수한 대웅제약(지분율 30.0%)은 한올바이오파마와 안구건조증 치료 신약(HL036)을 공동 개발 중이다. HL036은 지난달 미국 임상 3상을 시작했다.

전문 제약사들이 투자한 종목의 수익률도 양호한 편이다. 올 들어 제약·바이오주 부진 속에서도 셀리버리와 제넥신은 각각 186.2%, 6.23%(지난 19일 기준) 올랐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