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기다렸는데…발행어음 사업 보류된 KB證
KB증권의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또 미뤄졌다. 2016년 말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 자격을 갖춘 이후 2년여간 이 사업을 준비해온 KB증권은 ‘공회전’을 거듭하게 됐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9일 정례회의를 열고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정을 보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선위원들이 조금 더 논의할 내용이 있어 다음 회의에서 인가 안건을 다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KB증권이 이미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어 무난히 사업권을 따낼 수 있을 것이라던 업계 예상을 벗어난 결과다.

증권업계에선 증선위원 중 상당수가 공석인 상황이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증선위는 5석 가운데 2석이 공석이다. 증선위는 금융위 부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금융위 증선위원 1명, 비상임 증선위원 3명으로 구성된다.

지난달 김학수 전 금융위 증선위원이 금융결제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2명의 비상임위원 임기가 만료되면서 3석이 비었다. 지난 11일 이준서 신임 비상임위원을 임명해 정족수인 3명을 겨우 채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증선위가 추가적으로 확인할 내용이 있다고 언급한 것을 이유로 KB증권 인가에 ‘변수’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발행어음은 초대형 IB 사업의 핵심 부문이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어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금융, 벤처투자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다. KB증권은 앞서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기약 없이 지켜만 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

KB증권은 2016년 말 현대증권과 합병하면서 단기금융업 자격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겼다. 이듬해 7월 금융위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합병 전 현대증권이 자전거래로 영업정지를 받은 전력이 문제가 돼 지난해 1월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그해 5월 제재 효력이 해소되면서 기회가 왔지만 얼마 후 직원 횡령사건이 발생하면서 12월이 돼서야 인가를 재신청했다.

하지만 사업 인가가 또다시 미뤄지면서 발행어음 시장은 당분간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양강 구도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4조3000억원(지난해 말 기준), NH투자증권은 2조7038억원(12일 외화어음 포함 기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KB증권은 2년 전부터 전담팀을 꾸리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며 “인가가 계속 지연되면 비용은 비용대로 쓰면서 경쟁사들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어 속이 타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초대형 IB인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당분간 발행어음 인가를 받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래에셋대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장기간 진행 중이어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규 사업 인가를 받기 어렵다는 평가다.

삼성증권은 삼성그룹 재판과 지난해 발생한 우리사주 배당사고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