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올 들어 ‘따이궁’(보따리상)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면세점·화장품 등 관련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기우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중국 경기가 되살아난 데다 규제에 막힌 따이궁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뛰어난 국내 면세점과 화장품 구매를 늘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외환시장에서 원·위안화 환율이 연초 대비 3.88% 오르는 등 원화 가치가 평가절하됐다는 점도 국내 면세점·화장품 경쟁력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려했던 中 '따이궁 규제' 전화위복…면세점·화장품株 고공행진
보약 된 ‘따이궁 규제’

19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총 2조1656억원으로 사상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월 매출이 1조7116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석 달 연속 기록을 다시 썼다. 이 같은 면세점 매출의 고공 행진은 따이궁들이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방문자 수는 169만6201명으로 전년 동기(157만8462명)보다 7.46% 증가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한한령’이 본격화된 2017년 3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따이궁은 면세점에서 싸게 산 물건을 중국으로 가져가 정가에 웃돈을 얹어 팔아 차익을 얻는다. 그동안 관련 규제가 없어 이들의 활동에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올해 초부터 내수 진작을 위해 따이궁에 대해 의무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뒤 매출과 소득에 따라 세금을 신고 납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내 면세점 및 화장품의 매출 타격이 우려됐고, 호텔신라 신세계인터내셔날 아모레퍼시픽 토니모리 등 관련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았다. 최광욱 J&J자산운용 대표는 “중국 경기가 확 꺾이지 않는 한 규제만으로 한국 고급 화장품 수요를 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따이궁들은 오히려 비용을 낮추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일본, 홍콩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품질이 뛰어난 한국 면세점의 구매 비중을 더욱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위안화 대비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19일 현재 위안화 환율은 1위안당 169.68원으로 연초(163.34원) 대비 3.88% 급등(원화 가치 하락)했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위안화로 표시된 국내 수출 상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우려했던 中 '따이궁 규제' 전화위복…면세점·화장품株 고공행진
관련주 일제히 급등

면세점과 화장품 관련주들은 이 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호텔신라는 이날 1000원(0.97%) 오른 10만4000원에 마감됐다. 올해 초 대비 42.27% 급등했다. 아모레퍼시픽도 7000원(3.1%) 급등한 23만3000원에 장을 마쳤으며 LG생활건강도 5000원(0.36%) 오른 141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면세점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30%가량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