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아시아나항공의 ‘회계 쇼크’ 이후 쏟아지는 회사채 매물을 대부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장내채권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제86회 회사채를 20억원(액면가 기준)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증권사 등 기관은 19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외국인도 1억원어치를 팔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회사채를 2017년 10월 연 6.2% 금리에 6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는 이표채로 만기는 이달 25일이다. 장내시장에서 개인들이 매매할 수 있는 유일한 아시아나항공 공모 회사채다.

개인들의 매수는 지난달 27일 거래정지 조치가 풀리면서 급격히 늘어났다. 2018년 재무제표 감사의견이 기존 ‘한정’에서 ‘적정’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에 과거 하루 1억원 안팎이던 거래량이 33억원대로 치솟았다. 당일 개인 매수 비중은 98%(32억6325만원)에 달했다.

회사채 액면 1만원당 가격이 최저 9990원까지 떨어지자 단기간에 1%대 확정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낙관한 투자자들이 몰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5일 채권 원금 1만원과 분기 이자 155원을 지급해야 한다. 정상 상환 가정 시 최저가에 매수한 개인은 약 한 달 만에 1.6%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연 수익률로 환산하면 20% 수준이다. 정상 상환을 확신하는 개인들의 적극적인 매수에 힘입어 이 회사채 가격은 지난 12일 1만100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개인들의 대담한 위험 감수 성향은 발행 잔액 약 1조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자산유동화증권(ABS) 장내거래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개인들이 대규모 손실을 낼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최하단(BBB-)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펀드매니저는 “개인들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도 채무 재조정 결정 직전까지 공격적으로 매수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며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회사채 매매시장은 공인된 투전판이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