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도입 10여 년 만에

거래소, 상반기 중…'깜깜이 회의' 지적 따라
한국거래소가 이르면 다음달부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의사록을 공개한다. 상장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실질심사 회의가 ‘깜깜이’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였다. 심사를 통해 부실 상장기업을 퇴출시키기 위해 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지 10여 년 만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주관하는 회의 의사록을 공개하기로 하고 내부 규정을 손질하고 있다. 다음달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첫 실질심사 의사록을 늦어도 상반기 안에 공개할 예정이다.

실질심사는 유가증권시장에선 2심제(거래소→기업심사위원회), 코스닥시장에선 3심제(거래소→기업심사위→코스닥시장위원회)로 이뤄진다. 거래소가 실질심사 대상으로 정하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해당 위원회가 어떤 근거로 퇴출 또는 상장 유지를 결정했는지 알 길이 없다는 지적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터 실질심사 심의·의결을 맡기 시작한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피해 주주들의 불만도 커졌다. 9명 전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코스닥시장위 명단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는다.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 상장기업 수도 늘었다. 한진중공업(4,755 -0.42%) 신한(4,945 0.00%) 등 유가증권시장 4개사, KD건설(495 0.00%) 바이오빌(1,635 0.00%) 와이디온라인(805 0.00%) 등 코스닥시장 26개사가 거래가 중지된 채 실질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규 상장을 결정하는 위원회 의사록은 공개하지 않고,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의사록만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수준으로 공개하기로 했다”며 “기업의 영업기밀이나 발언자 개별 신상이 공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가 실질심사 의사록을 공개하면 투자자들이 위원회에서 퇴출 결정을 내린 근거를 알 수 있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실질심사 강도가 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의사록을 공개하면 위원들이 혹시 발생할지 모를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강경한 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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