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에서 수익률의 결정 요인을 탐구하는 입장에서 놀랍고 또 충격적인 현상이 바로 ‘모멘텀’이다. 모멘텀이란 어떤 이유로든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주식 가격의 움직임을 뜻한다.

대학원 박사과정에 처음 입학했을 때 지도교수에게서 가장 먼저 들었던 얘기가 ‘블래시(BLASH)’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쌀 때 사서 비싸게 판다(buy low and sell high)’는 말의 약자로, 금융시장에서는 일종의 철칙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모멘텀 전략은 이와 정반대 전략을 추천하는 셈이다. 가격이 상승해 비싸 보이는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이익을 내는 전략이니까.

그럼 이 전략은 정말 효용이 있을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유진 파마 미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제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란 주식 가격에 모든 이용 가능한 정보가 담겨 있기에 시장에 이미 알려진 정보를 이용해 투자해서는 그 어떤 초과성과도 거둘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런 그조차도 최근 논문에서 “모멘텀은 시장에 존재하는 첫 번째 이례적 현상”이라고 한 바 있다.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제기된다. 모멘텀 투자 전략이 한국은 물론 미국 주식 시장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 《듀얼모멘텀 투자 전략》의 저자인 게리 안토나치는 매우 흥미로운 답을 제시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함께 몰려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역시 그의 책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에서 운용 전문가들조차 군집행동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본적으로 투자자산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볼 때 가장 중요한 행동 지침은 직업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혼자만 틀려서는 절대 안 된다. 직업적인 투자 관리인 사이에 군집행동이 나타나기 마련인 이유다.

그러나 모멘텀 전략의 과거 수익률이 뛰어나다고 해서 무작정 이 전략을 따르는 데에는 한 가지 위험이 따른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주가의 상승 모멘텀이 가장 강한 순간이 ‘버블’의 정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2008년 초처럼 주식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에도 모멘텀 전략을 따라야 할까?

이 고민을 하는 투자자에게 듀얼모멘텀 전략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안토나치는 무작정 모멘텀이 강한 주식을 매수하는 게 아니라 한 가지 기준을 덧붙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주식 시장이 현재 상승 추세인지에 대한 판단까지 함께 고려해 투자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멘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주식의 수익률을 조사해보니 대부분의 종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면 이때에는 주식 투자를 중단하고 현금을 보유하는 전략을 채택하라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붕괴되는 급박한 순간을 잠깐 피하는 것만으로도 수익률이 급격히 개선되며, 또 투자자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모멘텀 전략을 추진할 용기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략의 요지다.

모 운용기관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만 덧붙이자면 듀얼모멘텀 전략은 개별 종목은 물론 다양한 투자자산을 대상으로 투자하기에 적합하다. 예를 들어 한국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 다양한 주식 시장을 대상으로 듀얼모멘텀 전략을 실행하는 것도 꽤 흥미로운 투자전략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홍춘욱 < 숭실대 겸임교수 hong8706@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