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다르네…헤지펀드는 기대 이하 성적표
올 1분기 국내 헤지펀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변동성 장세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운용 능력을 자랑했던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연초 이후 시장이 대형주와 반도체 업종 중심으로 반등하면서 시장 수익률이나 공모펀드 수익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헤지펀드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1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 상승률보다 2.40%포인트 낮다.

헤지펀드업계에서 롱쇼트펀드 운용규모가 가장 큰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운용사에서 가장 설정액이 큰 ‘타임폴리오 더 타임-A’는 올 들어 1.61% 손실을 냈다. 타임폴리오에서 독립한 스타 펀드매니저인 안형진 대표가 이끄는 빌리언폴드자산운용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 운용사가 보유한 4개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5.07%다.

헤지펀드 성과가 부진한 이유는 포트폴리오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정보기술(IT)주를 거의 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등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는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들이 예상과 달리 급등하면서 수익을 따라가지 못한 펀드가 많았다”며 “올 들어 지수가 상승했지만 일부 대형주를 제외한 종목은 대부분 소외돼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헤지펀드 가운데서도 공매도 없이 주식 매수 중심(롱 바이어스드) 전략을 쓰거나 IT주를 대거 담았던 곳은 선방했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의 ‘트리니티 멀티스트레티지 1호’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3.80% 수익을 냈다. ‘제이앤제이파트너 알파’도 같은 기간 수익률이 8.52%를 기록했다.

최광욱 제이앤제이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 IT주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싸졌다고 보고 하락기를 견딘 게 연초 이후 수익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