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사업보고서 보니…

현금유입 27%↓ 차입금 40%↑
코스닥시장 20대 기업(매출 기준)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지난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이익이 줄고, 일감을 따도 회사에 현금이 들어오는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코스닥 간판기업들 "현금이 안 들어온다"

2일 한국경제신문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20대 기업의 2018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성우하이텍, 에스에프에이 등 코스닥 매출 20대 기업의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총 1조6726억원으로, 전년보다 26.7% 줄었다. 2012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본격 도입된 뒤 이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순차입금은 총 3조9879억원으로 전년 대비 40.1% 증가했다.

이들 기업의 현금흐름이 악화한 것은 회계상 매출은 증가했지만 매출채권(외상매출금)이 현금으로 바뀌는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나타내는 매출채권 회전율(매출/매출채권)은 7.1회로 전년(7.3회)보다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20대 기업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18개 기업의 영업활동 현금흐름(41조6604억원)이 7.2% 줄었다. 최웅필 KB자산운용 본부장은 “세계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가 최근 하향 조정되는 등 글로벌 경기 둔화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며 “올해는 기업 현금흐름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닥 간판기업들 "현금이 안 들어온다"

현금흐름 10분의 1로…車부품·건설·디스플레이, 손에 쥐는 돈이 없다

코스닥 주요 상장사들의 현금흐름에 ‘빨간불’이 켜졌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활동을 통해 실제 기업에 들어온 돈은 큰 폭으로 줄었다. 차입금이 늘고, 현금흐름은 악화되면서 가속화하는 경기 둔화 대응에 취약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현금흐름 나빠지는 코스닥 상장사

한국경제신문이 코스닥 매출 20대 기업의 2018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은 30조6986억원으로 전년보다 6.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조5332억원으로 2.3% 줄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조2834억원(2017년)에서 1조6726억원(2018년)으로 26.7% 급감했다.

자동차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전방산업이 위축된 데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수출 시장마저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기업은 규모의 경제로 어느 정도의 수요 감소를 버틸 체력이 되지만 중소·중견기업은 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며 “광산 속의 카나리아처럼 중소·중견기업의 재무구조 악화는 한국 경제에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에스에프에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344억원으로 전년(2361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82억원으로 전년(3766억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매출을 올렸는데 실제로 그만큼의 현금이 들어오지 않았고, 돈을 들여 제품을 생산했는데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였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재고자산은 285억원에서 756억원으로 165% 증가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 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투자금액을 전년 대비 78.5% 감소한 2조9000억원 집행하면서 에스에프에이 등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와 부동산 시장 침체를 겪고 있는 건설업체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큰 폭으로 줄었다. 서진오토모티브(-43.2%), 평화정공(-35.0%), 성우하이텍(-20.0%), KCC건설(-124.4%), 이테크건설(-71.7%) 등이다. KCC건설과 휴맥스, 이지바이오, 삼지전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차입금 최대 규모로 늘어

코스닥 상장사의 차입금은 크게 증가했다. 매출 상위 20개 기업의 총차입금은 지난해 7조4012억원으로 2017년보다 21.2% 늘었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순차입금도 3조9879억원으로 같은 기간 40.2% 증가했다. 총차입금과 순차입금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CJ오쇼핑과의 합병을 위해 차입금을 늘린 CJ ENM 같은 사례도 있지만 대개는 사업에서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면서 생긴 경우다.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9억원으로 돌아선 삼지전자는 운전자금과 자본적지출(CAPEX)을 감당하지 못해 차입금을 584억원 늘려야 했다. 이지바이오(1521억원), 서울반도체(599억원)도 마찬가지다.

전방산업 위축과 경기 침체로 코스닥 중소·중견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차입금이 증가하고, 현금흐름은 계속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는 “대기업은 경기가 나빠지면 투자를 줄이고 차입금을 갚으면서 오히려 재무구조가 개선되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 투자 축소에 타격을 받으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20개 코스닥 기업의 순차입금 의존도(순차입금/자산총계)는 지난해 13.8배로 전년(11.7배)보다 높아졌다. 영업활동현금흐름 대비 순차입금도 2.38배로 전년의 1.25배에서 껑충 뛰었다.

매출 상위 기업에서 눈을 돌려 범위를 넓히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매출 1000억원 미만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46.4% 감소해 3년 연속 줄었고 평균 영업이익률은 0.9%에 그쳤다”며 “올해도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부실 기업이 속출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의 유입과 유출. 회사가 외부 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영업을 유지하고, 빌린 돈을 갚고, 신규 투자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송종현/임근호 기자 scream@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