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발행 적정 가격산정 위해 외국처럼 수요예측 방식 활용"
해외 로드쇼(투자자 설명회)를 다니다 보면 투자자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한국의 유상증자 발행가격 산정방식이다. 유상증자 발행가액 결정방식은 2009년 2월 자율화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발행사들은 여전히 과거 ‘유가증권의 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방식을 준용해 이론권리락 주가에 할인율을 적용한다. 할인율은 발행사와 증권사가 협의해 정한다. 이런 관행은 수요와 공급을 감안한 적정가격 산정을 통해 발행사와 투자자 간 정보비대칭을 감소시키는 증권사의 역할을 제한한다.

국내에서 기준가에 적용되는 할인율은 주주배정은 20~30%, 일반공모는 15~20%다. 주가 대비 발행가격의 할인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주가의 과도한 움직임과 높은 수준의 실질 할인율은 기존 주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개선방안으로는 북빌딩(수요예측)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증권사는 수요예측을 통해 가격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투자자들 간 정보비대칭 문제도 완화된다. 실제로 수요예측 방식은 세계 주요 시장에서 증권발행 가격 산정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상장(IPO) 가격 결정도 수요예측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외국에선 다양한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한다. 비밀유지확약을 전제로 한 ‘신속(accelerated) 북빌딩’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수요예측 방식보다 시간이 덜 소요되며 기관투자가들에 투자설명서를 배포하지 않고 주문을 받아 가격을 결정한다. 국내의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과 유사하다. 주식매각 정보가 시장에 유출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수요예측이 장 종료 후 이뤄지므로 주각조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상증자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주주배정은 50일 정도, 일반공모는 30일 정도의 기간이 소요돼 투자자 및 기존주주들은 장기간 주식가격 변동에 노출된다. 영국은 주주배정 발행기간을 21영업일에서 10영업일로 대폭 줄였다. 상장회사로서 공시를 잘하고 있다면 투자설명서에 들어갈 공시 부담도 대폭 줄여줬다. 증권발행가격 산정 방식 등 불합리한 관행이 개선돼야 투자자 피해를 줄이려는 정책의 실효성도 높아지고 자본시장도 그만큼 선진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