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비관론이 6개월째 낙관론을 앞섰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던 탄핵정국 당시보다 체감경기 악화가 장기화하고 있다.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11개월째 기준선을 밑돌았다.

6개월째 얼어붙은 소비심리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8을 나타냈다. 이 숫자가 100 이하면 현재 경기 상황 및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CCSI는 지난해 10월 99.2를 나타낸 뒤 6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한복판을 지나던 2012년 6~12월 7개월 연속 100을 하회한 후 가장 긴 기간이다. 탄핵정국 당시에는 2016년 11월부터 5개월 동안 100 이하에 머물렀다.

한은 관계자는 “CCSI가 작년 12월부터 소폭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하지만 상승폭이 축소돼 다음달 상황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표 가운데 2개가 상승하고 2개는 보합, 2개는 하락했다. 특히 주택가격전망CSI는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떨어진 83으로 기록됐다. 올 들어 3개월 연속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수출 부진이 깊어지면서 기업들의 경기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4월 전망치가 94.6으로, 3월 전망보다 2.4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BSI는 11개월째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한경연은 “상당수 기업이 투자 감소와 수출 부진을 경기 전망 악화의 배경으로 꼽았다”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