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코리아’ ‘삼성중소형FOCUS’ ‘한국밸류10년투자’ ‘KB중소형주포커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지루하게 이어진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라는 뜻의 조어) 장세 속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며 한국 공모펀드 시장을 주름잡았던 ‘스타’ 펀드들이다. 이때의 성과를 기반으로 한때 펀드별로 설정액 1조원을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주가 주도했던 2017년 상승장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크게 출렁거렸던 작년 변동성 장세에서 들쭉날쭉한 성과를 낸 탓에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펀드별 설정액은 3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옛 스타 펀드들이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당수가 작년부터 부활 조짐을 보이더니 올 들어선 액티브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을 훌쩍 뛰어넘으며 고공행진 중이다.
'스타펀드'가 돌아왔다…2년 굴욕 딛고 高高
명성 되찾는 스타펀드들

25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3000억원 이상 대형 액티브주식형펀드 14개 가운데 ‘KB중소형주포커스자’(3657억원·연초 이후 수익률 12.09%) ‘메리츠코리아1’(6715억원·8.99%) ‘한국밸류10년투자1’(5628억원·8.80%) ‘KB밸류포커스자’(5826억원·8.23%) ‘삼성중소형FOCUS자1’(5679억원·7.79%)이 수익률 1~5위(22일 기준)를 차지했다. 5개 펀드 모두 532개 액티주식형 전체 평균 수익률(6.82%)을 넘어섰다. 상위 4개는 대다수 공모펀드의 벤치마크(비교 대상 지수)로 쓰이는 코스피200지수 상승률(8.07%)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

대형 펀드 중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는 KB중소형주포커스자는 작년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펀드는 액티브펀드 전체 평균 수익률이 -15.93%에 머문 작년에 0.62% 손실을 내는 데 그쳤다. 대형 액티브펀드 중 수익률 1위, 전체 액티브 가운데 3위에 올랐다.

종목 장세서 강세

이들 중 상당수는 적정 가치보다 저평가된 우량주를 발굴해 장기투자하는 가치투자 스타일의 펀드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해 시가총액 상위주 중심으로 움직이는 흐름보다는 개별종목 장세 속에서 돋보이는 특징을 보인다.

실제로 종목 장세가 시작된 3월 이후 성과가 반영된 최근 1개월간 수익률 부문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내고 있다. KB중소형주포커스자(6.23%) 한국밸류10년투자1(3.61%) KB밸류포커스자(3.00%) 삼성중소형FOCUS(0.45%) 메리츠코리아1(0.28%) 순으로 성과가 좋았다. 액티브펀드 전체의 최근 1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0.67%, 코스피200 등락률은 -1.83%다.

펀드별 투자전략은 차이가 있다. 성장성이 높은 업종 대표주에 집중투자하는 메리츠코리아1이 가장 차별화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시각이다. 투자 비중 상위권에 아모레G(2.86%) 한국콜마(2.78%) 코스맥스(2.63%) 등 화장품주가 많이 포함돼 있다.

KB중소형주포커스자, KB밸류포커스자에는 메리츠금융지주 동원산업 NICE 등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100)이 높고 저평가돼 정통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운용사들에 인기가 좋은 종목이 많다.

대표적 가치투자자인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올해 초 “한국밸류자산운용 펀드 등 최근 수년간 부진했던 상품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고생했지만, 이전에 꾸준한 성과를 보여준 저력이 있기 때문에 올해는 반등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1분기가 마무리되는 현시점까지는 그의 예측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는 “설정 후 꾸준한 성과를 낸 펀드엔 운용사와 펀드매니저의 저력이 녹아 있다”며 “이들 가운데엔 2~3년 정도 부진하다가도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펀드가 많다”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