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으로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따른 제재 조치 내용이 지금보다 명확해지면서 중징계를 받는 경우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부감사 규정이 강화되면서 커진 기업들의 불안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계감리 제재양정기준 운영방안 간담회’를 열고 “회계처리 위반 관련 중과실 요건이 추상적이고 적용 방식도 넓다는 지적을 반영해 좀 더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새 제재기준을 적용하면 중과실 조치 비중이 기존보다 40%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부위원장을 비롯해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회계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금융위는 다음달 1일 시행 예정인 새 회계감리 제재양정기준에서 중과실 조치 적용 방식을 좀 더 명확하게 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직무상 주의 의무가 현저히 결여됐거나 회계정보 이용자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경우 중과실 조치를 내렸지만 이제는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직무상 주의 의무가 부족했다고 판단하는 사항은 △회계처리기준 적용 과정에서 판단 내용에 합리성 부족 △회계감사기준 등의 통상적인 절차 미준수 △사회적 통념상 주의 의무 부족 등이다.

회계정보 이용자의 판단에 큰 영향력이 미치는 요인은 △회계처리기준 위반 관련 금액이 회사 매출과 자산 평균 금액의 4% 이상인 경우 △감사인이 핵심 감사항목으로 선정하거나 감사보고서에 별도 기재한 내용인 경우 △위법행위가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다. 금융위는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기업이 이 세부요건 중 어떤 측면에 해당하는지를 상세히 기재해 중과실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새 제재양정기준 도입으로 중과실 조치를 받는 기업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가 2016~2018년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례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새 양정기준 하에선 2 대 5 대 3이었던 고의·중과실·과실 조치 비중이 2 대 3 대 5로 바뀐다.

다만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기업은 지금보다 더 무거운 징계를 받는다. 금융위는 고의적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에 대해선 회계처리기준 위반금액의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임직원의 횡령이나 배임 등에 따른 고의적 분식회계에 대해서도 위반금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대표를 포함한 임원 해임권고나 직무정지 등의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김 부위원장은 “중대한 회계부정은 제재 수준을 크게 강화해 ‘일벌백계’할 것”이라고 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