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린치는 13년간 세계적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마젤란 펀드를 운용하면서 미국 대표지수인 S&P500보다 두 배의 수익률을 올렸다.

그는 대체 어떤 전략으로 투자했기에 이런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첫 번째는 소형주에 대한 애정이다. 그는 ‘고객들에게 자신의 투자 실패를 변명해야 하는’ 기관투자가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은 그런 굴레에서 자유롭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는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이익 전망이 밝음에도 대부분의 기관투자가가 외면하는 종목에 투자해 숱한 ‘10루타’ 종목을 발굴해냈다. 그가 활발하게 운용하던 1980년대 후반 마젤란 펀드가 보유한 종목의 숫자는 900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동료들보다 월등히 많았다. 물론 이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회사에 나와 일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펀드매니저 생활을 은퇴하는 이유가 된다.

그의 투자철학에서 발견되는 두 번째 특징은 ‘밸런스’다. 그는 주당 매출과 주당 순이익이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증가하는 성장주를 좋아했지만, 이 주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크라이슬러 같은 경기순환주 투자의 귀재였다. 그는 “여러 번 거듭해 성공을 거둔 투자 비법 중 하나는 어떤 산업의 업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대세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산업에서 가장 선도적인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특히 “당신이 제품가격의 동향에 밝은 배관공이라면, 구리 회사가 싸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을 매입하는 펀드매니저보다 훨씬 더 돈을 벌 확률이 높다”는 금융업계 역사에 길이 남을 유명한 말을 했다.

린치가 은퇴한 뒤 30년 가까이 지나면서 시장에선 그의 전략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그러나 그가 ‘펀드 대중 투자’ 시대를 열어젖힌 위대한 투자자일 뿐 아니라, 개인들도 실행에 옮기기 쉬운 탁월한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의 투자철학과 기법에 관심을 두는 것은 지금도 가치가 있다고 본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hong87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