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2곳 의견거절·한정…"새 외감법 영향 잣대 엄격해진 탓"
'우려가 현실로' 회계감사 강화에 '비적정' 의견 쏟아져
올해부터 개정 외부감사법(외감법)이 적용돼 회계감사 기준이 깐깐해지면서 감사의견으로 비적정('의견 거절' 또는 '한정')을 받는 기업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피·코스닥 상장법인으로 22일 현재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곳 가운데 의견거절이나 한정 등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곳은 22곳(코스피 4곳·코스닥 18곳)에 달했다.

코스피시장에서는 건설업체인 신한이 의견거절을 받았고 아시아나와 금호산업, 폴루스바이오팜 등이 '한정' 의견을 받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지투하이소닉, 에프티이앤이, 라이트론, 크로바하이텍 등 17곳이 의견거절을, 셀바스헬스케어가 한정 의견을 받았다.

아직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코스피·코스닥 기업도 49곳(코스피 12곳·코스닥 37곳)이나 돼 앞으로 비적정 의견을 받는 기업은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중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곳은 24곳(코스피 4곳·코스닥 20곳)이었다.
'우려가 현실로' 회계감사 강화에 '비적정' 의견 쏟아져
올해 '회계감사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적정 의견이 쏟아지고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것은 개정 외감법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 외감법은 감사인의 책임을 대폭 강화해 회계기준 위반이나 오류가 드러나면 경중에 따라 징계하도록 했다.

또 기업들이 주기적으로 회계법인을 교체하게 해 한 회계사의 감사 결과가 추후 다른 회계사에게 다시 평가를 받게 됐다.

이런 영향으로 회계사들이 큰 부담을 느끼면서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전에 없이 깐깐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회계법인에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자료를 제출했는데 작년엔 쉽게 '적정' 의견을 받았는데 올해는 추가로 자료를 요구했다"며 "감사인 책임이 커지다 보니 깐깐하게 보는 것 같은데, 기업 입장에서는 자료 준비와 재무제표 작성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국내 회계법인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회계법인들이 대기업들 감사를 먼저 끝내고 작은 기업들은 일정을 뒤로 미루다 보니 코스닥 업체들은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맞추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전엔 감사인(회계사)이 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까다로운 부분을 많이 도와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사전에 비용을 들여 회계법인 컨설팅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아시아나항공 같은 유수의 기업마저 '한정' 의견을 받고 한화, 웅진, 크라운해태홀딩스 등이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못 지키자 대기업들도 안심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한정 의견을 받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재무팀 직원들이 올해 결산 회계와 외부감사 관련 업무가 어느 때보다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금융위원회의 상장규정 개정으로 기업들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도 곧바로 상장폐지가 되는 상황은 면했지만, 재감사를 받아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변경되기 전까지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되는 것은 그대로여서 투자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은 다음 연도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받는 경우에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유지 여부가 결정되고 그전까지 매매거래 정지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투자금이 묶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