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감사의견 非적정 기업' 상장폐지 1년 유예

'무더기 상폐 방지 대책' 확정
금융위원회가 외부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비적정(부적정·의견거절·범위제한 한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의 증시 퇴출을 1년 유예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케어젠(76,500 0.00%), 라이트론(5,420 0.00%) 등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은 기업들은 퇴출 공포에서 당분간 벗어나게 됐다.

▶본지 2월 26일자 A24면 참조
'의견거절' 받은 케어젠·라이트론 한숨 돌렸다

개선 기간 1년 부여

금융위는 20일 정례회의를 열고 ‘감사의견 비적정 기업에 대한 상장관리제도 개선을 위한 상장규정 개정’ 안건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상장사가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으면 다음 연도 감사의견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다음 연도에도 감사의견이 비적정으로 나오면 정리매매 절차를 거쳐 상장폐지되지만, 적정으로 의견이 바뀌면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유지 또는 폐지가 결정된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적정 의견을 받을 때까지 매매거래는 정지되고, 다음해 감사인은 정부가 지정한다.

그동안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기업은 형식적 상장폐지 요건에 따라 즉시 퇴출 대상(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범위제한 한정의견을 2년 연속 받으면 퇴출)이 돼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등을 거치지 않고 바로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

상장폐지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코스닥시장 기업이 받아야 했던 고비용의 재감사는 더 이상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기업이 일찍 매매거래정지를 풀고 싶어 자발적으로 신청할 때만 재감사를 받으면 된다.

무더기 퇴출 공포 누그러질 듯

금융위가 이 같은 조치를 마련한 것은 ‘신(新)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감사의견 비적정에 따른 상장폐지 기업이 무더기로 쏟아져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시행된 신외감법에 따라 회계부정과 부실감사에 대한 제재가 대폭 강화됐다. 이로 인해 회계사들의 감사가 깐깐해지고 비적정 의견도 늘고 있다.

최근 케어젠라이트론, 크로바하이텍(1,490 0.00%), KD건설(495 0.00%) 등이 줄줄이 2018년 재무제표에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시가총액 8218억원(지난 15일 거래정지)에 달하는 중견 바이오주 케어젠은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전년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회사의 매출채권과 관련해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적합한 감사 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개정으로 향후 상장폐지를 둘러싼 법적 공방도 잦아들 전망이다. 지난해 의견거절을 받은 파티게임즈(536 0.00%), 감마누(408 0.00%) 등은 고비용인 재감사를 받았음에도 결국 퇴출 대상이 됐다며 상장폐지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했다. 감마누는 최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2017년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의견을 받아 내면서 상장폐지 결정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본안 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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