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조언하는 올해 투자전략

피델리티 "공격투자는 자제"
베어링운용 "신흥시장 매력"
JP모간운용 "원자재에 베팅"
연초 질주했던 글로벌 증시가 이달 들어 횡보세를 보이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재상승이냐 하락 반전이냐’를 놓고 전망이 분분하다.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자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한 자산배분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경제신문은 20일 피델리티인터내셔널, 베어링자산운용, JP모간자산운용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을 릴레이 인터뷰하고 시장 전망과 유망 자산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이들은 △글로벌 배당주 △신흥국 우량주 △천연자원 관련주 펀드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조언했다.
"배당주펀드로 방어…신흥국 우량주·원자재로 추가 수익 노려라"

기대와 불안 사이

매슈 제닝스 피델리티인터내셔널 투자이사는 올해 글로벌 증시를 보수적으로 봤다. 기업의 기초체력과 경기 사이클을 고려할 때 미국 기업의 이익 수준은 고점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1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저금리로 기업의 부채 수준이 높아진 것도 취약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미국 기업의 실적 전망치는 하향조정되고 있다”며 “지난해 증시 급락의 영향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부담이 커진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의 체력이 약한 상황이라 공격적 투자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등의 실물지표 부진을 들어 일부 투자자들은 신흥국 증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베어링자산운용과 JP모간자산운용 등은 신흥국 경기 및 증시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윌리엄 팔머 베어링자산운용 이머징·프런티어주식팀 공동대표는 “신흥국은 정부 정책이 경기와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며 “중국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수차례 인하하면서 돈을 풀고 있고, 정부는 가계 소득세율과 기업 부가가치세율을 낮추면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등 경기 부양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기업 이익도 개선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엘비나 리 JP모간자산운용 글로벌주식투자팀 아시아대표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미·중 무역분쟁 완화, 중국의 부양책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약간의 변동성은 있겠지만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전판’ 깔고 추가 수익 노려야

제닝스 이사는 경기 하락 사이클을 견딜 수 있는 주식 선별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엔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방어주와 고배당주가 높은 수익을 낸다”며 “밸류에이션이 낮고 배당 등으로 확보 가능한 이익이 받쳐주는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분산투자 포트폴리오의 중심에 둘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설정된 ‘피델리티 글로벌배당인컴펀드’가 자산 대부분을 투자하는 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배당에 기반한 수익을 추구하면서 원금 보존에 주력하는 펀드다.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약 3.5%다. 그는 “정보기술주 투자를 할 때도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기업보다는 오라클,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익 안정성이 높은 B2B(기업 간) 기업을 산다”고 말했다.

‘베어링 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의 모펀드를 운용하는 팔머 대표는 신흥국에서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토대로 이익을 늘려갈 기업을 찾고 있다. 그는 “중국의 기술, 보험, 소비재 등의 업종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데도 경기 불안 요인 때문에 저평가받는 기업이 많이 보인다”며 “현시점은 신흥시장에서 매력적인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 펀드는 꼼꼼한 종목 분석을 통해 이익이 늘어날 기업에 주목한다. 지난 1월 말 기준 펀드 포트폴리오 구성종목의 지난 3년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23.2%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시장 평균(13.9%)을 크게 웃돌았다.

리 이사는 “중국 정부가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투자를 늘려 산업금속 수요가 늘어나고 Fed의 금리인상이 중단될 것이란 기대에 금 가치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광업·금 관련주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금속과 에너지자원, 귀금속 등 천연자원을 개발·정제·생산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한화 천연자원펀드’를 위탁운용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구리, 소수의 공급자가 가진 영향력이 큰 철광석 관련주가 유망하다고 리 이사는 진단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셰일오일 생산 등 새로운 사업을 하는 회사보다 전통적 석유가스탐사·생산 관련주를 눈여겨보고 있다. 셰일오일 관련 기업은 이미 시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 주가가 기업가치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시가총액이 적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은 금 채굴업체를 펀드에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 시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인수합병(M&A)이 활발할 것”이라며 “M&A 이벤트가 펀드에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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