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의 시대 - 투자 대가에게 길을 묻다
(2) 벤저민 그레이엄(1894~1976년)
벤저민 그레이엄(1894~1976년)은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의 투자전략은 ‘꽁초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제자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남이 버린 꽁초를 주워서 공짜로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남들이 쳐다보지 않는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한다는 뜻에서 붙여준 별명이다.

꽁초전략이 그의 전략을 폄훼하는 말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그레이엄은 남들이 매력을 덜 느끼는 우량주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주식가치와 기업가치의 차이가 많이 벌어진 기업들을 매수해 손해 보지 않는 투자를 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가치투자라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고, 성과도 냈다. 그가 1925년 설립한 그레이엄-뉴먼 투자회사는 30여 년간 17% 이상의 연평균 수익을 달성했다.
벤저민 그레이엄, 주식시장 원조 '줍줍족'…남들이 외면한 低PBR 주식 투자

“절대 잃지 않을 전략을 세워라”

그레이엄은 1929년 경제대공황이 가져온 주가 대폭락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그는 ‘결코 돈을 잃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고 투자했다. 그레이엄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올려다보기 전에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이미 오른 주식보다 오르지 못한 주식을 찾았다. 모든 자산이 매각되고 모든 부채가 청산됐을 때도 여전히 남는 것이 있고, 주가에 이익이 다 반영되지 않은 저평가 종목을 선호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이 낮은 주식을 골라 투자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특히 강조한 것은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레이엄은 채권수익률과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 등 기업수익력을 비교해 채권에 이자를 지급하고도 돈이 남아야 그것이 안전마진이라고 정의했다. 자산을 강조했지만 성장성을 놓친 것은 아니다. 그레이엄은 “기업을 분석할 때는 성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기업의 최근 3년 성장률과 10년 전의 3년 성장률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16년간 433% 수익률

벤저민 그레이엄, 주식시장 원조 '줍줍족'…남들이 외면한 低PBR 주식 투자

그의 투자 방식은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그레이엄의 전략을 토대로 종목을 선정해 모의투자한 결과 누적수익률 기준으로 코스피200지수의 수익률을 두 배 가까이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한 2002년 이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그레이엄 전략의 누적 수익률은 433%였다. 연평균 17.2%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253% 올랐다.

연간수익률로도 코스피200지수를 웃돈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13년엔 코스피200지수가 1.4% 오르는 동안 27.2%의 수익을 냈다. 반면 2004년과 2009년, 2010년, 2016년, 2017년에는 코스피200지수보다 낮은 성과를 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레이엄의 종목은 꾸준히 성과를 내고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만 경제가 위기를 벗어나 빠르게 회복되는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부각되기 어렵다”며 “폭락장 이후 상승장에서 자산주보다 성장주가 강세를 보인 해나 상장사들의 주가가 이미 많이 올라 내재가치와의 차이가 줄어든 해에는 상대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그레이엄이 관심을 둘 만한 저평가 종목을 꼽기 위해 우량주 위주의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유동비율 100% 이상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 15배 이하 △PBR 1.5배 이하 △과거 5년 주당순이익(EPS: 순이익/주식수)이 모두 플러스 △부채비율 100% 이하인 기업 중 과거 5년간 EPS 성장률 상위 20개 종목을 추렸다. 《현명한 투자자》 등 그레이엄의 저서에서는 유동비율 200% 이상, 과거 10년간 EPS 성장률 30% 이상의 기업을 추천하지만 한국에서는 해당하는 기업이 없어 기준을 조금 낮췄다. 2002년부터 3월 말 결산기준 실적을 가지고 매년 4월 1일 리밸런싱(종목 교체)하는 방식으로 추산했다.

흔들리지 않는 장기투자 전략

그레이엄 전략은 장기투자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2012년 이후 급격히 코스피200지수와의 격차를 벌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성봉 삼성증권 글로벌영업전략팀장은 “시장 주도주가 뚜렷하거나 성장주가 주목받을 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며 “하지만 기업 분석을 통해 저평가된 종목이라고 확신하고 매수했다면 시장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가져가는 것이 수익률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엄의 전략은 실물자산 가격이 오를 때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그레이엄은 안전마진을 자산에서 찾는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성에서 수익 기회를 찾는 버핏과는 구분된다”며 “부동산 등 실물자산의 가치가 오를 때 그레이엄이 선호하는 자산주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보 격차가 줄어들수록 그레이엄의 전략이 잘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그레이엄이 활동할 당시에는 정보 부족으로 저평가된 종목들이 있었지만 요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낮은 종목은 이익변동성이 크거나, 산업 전망이 안 좋아서 이익을 추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한국 시장에서 담아야 할 종목은

그레이엄의 전략을 따를 경우 올해 한국 시장에서 담아야 할 종목으로는 태광산업 포스코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휴켐스 풍산 등 소재주와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 통신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꼽혔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주는 작년에 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주가가 실적을 반영하지 못해 가치주로 분류됐다”며 “소재 기업들은 대표적인 우량주로 수익성은 좋지만 반등 국면에서 주목받지 못해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 격언

"투기꾼은 시점 택하지만, 투자자는 가격 택한다"

주식투자는 사업처럼 하라. 합당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확실한 계산이 나오지 않으면 사업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판단이 건전하다고 믿는다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달라도 실행할 수 있는 용기 를 갖추라.
○투기꾼은 주식 매매 시점을 택하지만 기회를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는 가격을 선택 한다.
○10년 동안 투자한다면 일반 개인이 직접 투자할 때보다 펀드에 투자할 때 실적이 더 좋을 것이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신용매수는 모두 투기다.
○주식은 적정 수준보다 낮은 가격에 사서 적정 수준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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