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주총회에서 일반 주주들이 상장사에 주주제안을 통해 요구한 배당금이 7조1394억원(유상감자 등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장사 당기순이익의 약 2배 규모다. 적자를 낸 상장사에도 적지 않은 배당을 요구하는 등 일부 주주의 요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순이익 2배…적자나도 배당해라" 무리한 주주제안에 상장사 '끙끙'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나온 상장법인(12월 결산) 정기 주주총회 공시 결과 배당(주식배당 제외)과 유상감자 관련 소액주주의 주주제안을 주총 안건으로 올린 상장사는 16개사였다. 이들 상장사가 요구받은 주주환원 총액은 7조1394억원이다. 회사가 제시한 배당금(1조283억원)에 비해 7배가량 많은 것은 물론 지난해 당기순이익 합계(3조7582억원)의 2배에 달하는 액수다.

이들 상장사 가운데 한솔홀딩스, 한일철강, 이니텍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냈다. 한솔홀딩스 소액주주는 15일 종가(4765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1만1000원)에 주식 135억원어치를 사들여 소각하라고 제안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321억원을 기록했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투자 재원이 유출되면 장기적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철강도 주주들 요구에 난감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8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주력 제품 철판의 원재료인 코일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그럼에도 주주들은 주당 1000원, 총 22억원의 배당금을 요구했다. 지난해 말 한일철강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61억원)의 3분의 1가량을 배당금으로 달라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재무구조와 실적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