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단계적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알고리즘 매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금이 있을 때는 거래가 잦은 알고리즘 매매 특성상 수익을 내기 어려웠지만 거래세가 낮아질수록 수익을 낼 길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벌써부터 거래세 인하 후 시장 변화를 예상하고 부서를 재편하는 등 알고리즘 매매로 수익 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일각에선 알고리즘 매매가 활성화되면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커지는 알고리즘 매매 영향력

"거래세 폐지 땐 알고리즘 매매 뜬다"
미국 증시에선 인간보다 기계가 더 많이 주문을 낸다. 미리 짜놓은 복잡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고빈도매매(HFT: high frequency trading)와 퀀트 헤지펀드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탭그룹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퀀트 펀드, 시장조성자(LP) 등을 포함한 HFT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60%에 육박했다. HFT투자자들은 100분의 1초 수준까지 시간을 쪼개 주식을 거래하면서 수익을 쌓는다.

한국에선 알고리즘을 통한 초단타 매매가 아직 낯선 개념이다. 메릴린치 등 일부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알고리즘 매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한국은 주식거래에 0.3%의 증권거래세를 매기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주식을 많이 매매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서 그렇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증권거래세가 점진적으로 낮아지거나 폐지되면 국내 증시에서도 알고리즘 매매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차기현 NH투자증권 에쿼티파생본부장은 “지금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거래세를 면제받은 증권사 시장조성자나 우정사업본부 등을 중심으로 차익거래 등 프로그램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거래세가 폐지되면 현물시장에서도 차익거래와 알고리즘 매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 먹거리 찾는 증권업계

증권업계는 거래세 인하를 예상하고 새로운 시장 상황에서 수익을 낼 길을 모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월 하이브리드파생운용부를 신설했다. 부서마다 흩어져 있던 파생결합증권(DLS) 운용역, 시장조성 담당자, 상장지수증권(ETN) 관련 인력, 정보기술(IT) 개발 담당 등 15명가량을 한 부서로 모았다. 전담 IT 인력을 배정해 매매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파생상품 시장에서 차익거래 중인 시장조성 담당자들이 현물시장에서 트레이딩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알고리즘 매매가 늘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2월 미국 다우지수가 장 마감 1시간을 앞두고 10분 새 3.5% 급락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기계가 특정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매매하는 알고리즘 매매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최길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HFT는 빠르게 호가를 내서 ‘틱’ 수준의 적은 수익을 자주 실현한다”며 “투자 전략이 다양해진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호가가 너무 자주 갱신되면 시장이 교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