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14일 오후 4시35분

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이르면 오는 18일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한 유동화, FI 지분의 제3자 매각 추진, 상장 성공 후 차익보전 등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제안을 모두 거부하면서다. 작년 10월28일 FI들이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되파는 권리)을 행사하면서 본격화된 갈등이 결국 중재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마켓인사이트] 교보생명 FI들, 신창재 회장의 제안 거부…18일 중재신청할 듯
교보생명 갈등, 중재로 가닥

14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회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A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교보생명의 FI 컨소시엄은 신 회장이 제시한 ‘ABS 발행안’ 등 새 제안을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신 회장은 지난달 15일 보유지분(특수관계인 포함 36.91%)과 FI 보유지분(29.34%)을 공동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풋옵션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 이후 신 회장이 처음으로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경영권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혀 주목받았다.

FI 컨소시엄은 이에 대해 한 달 후인 3월15일까지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데드라인’이 임박한 지난 12일 신 회장은 공동매각 대신 ABS 발행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했다. 이 안을 내놓은 뒤 신 회장 측은 FI를 만나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설명했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의 기대와 달리 FI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마감 시한인 15일까지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한 FI들은 이르면 18일 중재를 신청할 계획이다. 신 회장 측도 내부적으로 중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 매입 가격 차가 원인

신 회장이 제시한 새 방안이 FI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건 양측이 기대하는 가격 차가 크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새 제안은 특수목적법인(SPV)을 세우고 FI 주식을 담보로 ABS를 발행하는 게 핵심이다. 관건은 SPV가 FI 주식을 얼마에 인수하느냐다. 신 회장 측은 24만5000원을 매입가로 제시했다. 2012년 FI들이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했을 때 매입 원가다. 그 사이 생명보험회사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점을 반영한 가격이다.

그러나 FI들이 외부 평가기관을 선정해 받은 풋옵션 행사 가격은 40만9000원으로, 신 회장이 제시한 가격보다 70% 가까이 높다. 중재를 신청했을 때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패소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신 회장 측 제안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FI의 주장이다.

ABS 발행을 받아들일 법적 근거를 따져야 하는 점도 FI들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한 순간 법적으로 신 회장과 FI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은 것이 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주식매매 계약을 맺어 팔기로 한 주식을 FI들이 유동화증권 발행을 위한 담보로 활용하는 데 동의할 수 있느냐는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중재 과정 타협 가능성 남아

중재는 단심으로 진행된다. 3심으로 이뤄져 시간을 벌 수 있는 일반 소송과는 다르다. 반면 법적구속력은 같다. 홍콩과 싱가포르 중재원은 판결까지 1~2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한국 중재원에선 6개월 정도면 결과가 나올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봤다.

중재로 들어가면 신 회장의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FI들이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할 때 ‘2015년까지 상장시키지 못하면 신 회장이 직접 투자지분을 되사준다’고 한 계약 내용이 있어서다. FI들이 중재를 신청하더라도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 따라서 중재 과정을 밟더라도 양측 간 협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