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음식료 업종은 시장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일 수 있던 것은 가격 인상 덕분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회사들은 판매 가격 인상을 정당화할 수 있었다. 가공식품, 제과, 음료 등 주요 품목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지속되면서 식음료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도 긍정적이었다.

최근 식품 산업에서 신제품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현상에도 주목할 만하다. 반면 대표적인 오리지널 제품을 찾는 경향은 커지고 있다. 음식료 기업들은 이에 발맞춰 기존 제품을 활용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오리온의 ‘돌아온 썬칩’, 롯데푸드의 ‘돼지콘’,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까르보나라’ 등이 모두 성공을 거뒀다. 신제품의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과거처럼 1년 이상 인기를 얻는 제품은 많지 않다. 적게는 1~2개월, 길게는 5~6개월밖에 관심을 끌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인기 상품을 가진 기업들의 점유율이 고착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도 음식료 산업에 대한 기대는 크다. 지난해 가격 인상에 따른 이익 증가와 함께 올해도 추가 가격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은 식음료 사업자들에 가장 중요한 모멘텀 중 하나다. 소비자들은 100~200원의 가격 인상에 크게 민감하지 않다. 가격 인상 이후 3~6개월은 물량 저항이 예상되지만 그 이후에는 판매량이 점진적으로 회복된다. 약 5~6%의 가격 인상은 수익성에는 엄청난 나비효과로 돌아온다. 대표 상품의 경우 영업이익이 적게는 15~20%에서 많게는 30~40%까지 늘어난다.

올해는 지난해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사업자가 꽤 많다. CJ제일제당(가공식품), 농심(제과), 빙그레(빙과) 등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원가율(쌀, 고춧가루 등)과 판매관리비 비율 상승(최저임금 효과)으로 인해 주요 가공식품 품목의 가격을 인상했다. 농심은 새우깡, 양파링, 등 스낵류 19개에 걸쳐 평균 6.7% 가격을 올렸다. 빙과와 가공유 절대강자 빙그레 역시 바나나맛우유 가격 7.7% 인상을 밝힌 상태다.

올해 가격 인상을 예고하는 기업들도 있다. 대표적인 업종이 주류다. 주류 1,2위 사업자들의 소주, 맥주 합산 실적은 지난해에도 크게 악화됐다. 소주 1위, 맥주 2위의 주류 강자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6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국내 주세법(종가제)으로 인해 외국 맥주 대비 역차별도 지속되고 있다. 낮은 가격을 앞세운 외국 맥주의 유입이 지속되면서 국내 맥주는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류 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간절해 보인다.

한때 전체 물량의 50% 이상을 수출로 확보한 KT&G, 신라면으로 세계에 진출한 농심, 미국 최대 냉동 기업 중 하나인 쉬완스 인수가 임박한 CJ제일제당 등은 해외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KT&G의 2018년 수출 매출은 무려 68.4% 감소한 5415억원을 기록했다. 제품의 경쟁력 약화가 아니라 외부 변수 여파가 컸다. 중동의 구매력 약화가 대표적이다. 주력 시장인 중동(이란,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의 환율이 급락하면서 대리상 알로코자이로의 수출 물량이 크게 감소했다. 담뱃세 인상 여파도 겹쳤다. UAE와 이란의 담뱃세가 50~100% 상승하면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기저효과가 기대된다. 에쎄(ESSE)는 중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담배 중 하나다. 여전히 유효한 제품 경쟁력과 대리상 알로코자이의 기존 보유 재고자산 감소 등은 수출 반등을 전제하고 있는 요인들이다. 올해 KT&G의 수출 매출은 20~30%의 반등이 기대된다.

외부 변수도 나쁘지 않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더운 여름이 예상되고 있다. 음료, 빙과, 유제품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

"식음료업계,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개선…실적 호조세 올해도 지속"
마지막으로 니치 마켓에서 활약하는 기업들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업체가 2018년에 상장한 푸드나무다. 이 회사는 닭가슴살 가공식품 제조 및 온라인 유통 사업을 한다. 2011년 최초 오픈한 랭킹닭컴은 지난해 4분기 기준 68만 명의 온라인 회원을 둔 국내 최대 닭가슴살 사이트로 성장했다. 도계와 가공은 모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을 이용한다. 고정비 부담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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