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이어 공모 펀드도 속속 출시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불 지펴
가치주 운용사들 잇따라 선보여
상장회사들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참여 활동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올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원칙)를 통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로 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다. 가치주 운용사를 중심으로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도 공모와 사모 등 형태를 가리지 않고 속속 등장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우후죽순…주총 '긴장 모드'

행동주의 펀드 우후죽순…주총 '긴장 모드'

인기 끄는 주주행동주의 펀드

과거에도 주주행동주의를 내세운 펀드는 있었다. 2006년 등장한 라자드자산운용의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대표적이다. 소위 ‘장하성 펀드’로 불리며 대한화섬(87,000 +0.12%) 한솔제지(14,500 -1.69%) 등 지분을 매입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청산됐다.

최근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다시 관심을 끄는 건 2017년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면서다.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을 의미하는 스튜어드십코드는 단순한 의결권 행사를 넘어 기업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고객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게 목적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연기금과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90곳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 DGB자산운용 등 36곳도 조만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할 예정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선언하면서 더 많은 운용사가 이를 도입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펀드도 잇따르고 있다. VIP자산운용은 지난 1월 ‘VIP 트리플A’ 펀드를 내놨다. 펀드 자산의 절반은 국내 주식에, 나머지는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다. 국내 주식 투자분에 대해선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투자 기업 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운용전략을 내세웠다. 밸류시스템자산운용도 올 들어 ‘기업지배구조개선’ 펀드를 내놓고 500억원을 끌어모았다.

주총 앞두고 주주행동 ‘눈길’

공모펀드 시장에선 가치주 투자를 내세운 운용사들이 주주행동주의 펀드를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건 KB자산운용의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다. 지난해 3월 설정한 뒤 컴투스(108,400 -0.37%) 골프존(60,500 -1.63%) 등에 주주서한(1,175 -1.26%)을 보내 성과를 거뒀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도 지난해 7월 ‘한국밸류 10년투자주주행복’ 펀드를 공모로 설정한 데 이어 최근 비슷한 전략의 사모펀드를 결성했다. 공모 주주행동펀드와 전략은 비슷하지만 투자 기업 수를 압축한 펀드다.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은 “기존 가치주 펀드가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해 기업가치 상승을 기다렸다면 주주가치포커스 펀드는 주주행동을 통해 주가 상승 시점을 앞당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가치주 투자자는 기업을 분석해 투자한 뒤 장기보유하기 때문에 기업에 의견을 개진하는 데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자산운용사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단순한 요구에 그치지 않고 의결권을 바탕으로 실력을 행사할 기회기 때문이다.

주주총회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강성부펀드’로 알려진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공격을 받고 있는 한진칼(40,100 -1.11%)대한항공(25,400 -4.15%)이다. KCGI는 한진칼에 감사·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한도 제한 등의 안건을 제안했다. 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이사 연임에 ‘반대’를 선언하며 표대결을 예고했다. 한진칼은 오는 23일, 대한항공은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130,500 +2.76%)현대모비스(251,500 +2.44%)에 8조3000억원 규모의 초고배당을 요구하고 있다. 두 회사는 22일 주주총회를 연다.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 밸류파트너스도 현대홈쇼핑(76,300 -0.91%)에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주주가 선임하는 감사위원에도 반대표를 행사할 예정이다. 현대홈쇼핑 주총일은 28일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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