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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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반도체와 남북한 경협주 위주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바이오주가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다. MSCI 신흥시장 지수의 중국A주 비중 확대와 미·북 정상회담 결렬 등 악재 속에서도 코스닥시장의 제약·바이오 종목들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약 개발과 수출 관련 이벤트가 예정된 올 2분기까지 ‘바이오주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지수는 지난 7일 3675.23으로 마감해 열흘 전인 지난달 26일(3590.83) 대비 2.3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제약지수도 5.13% 뛰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2.73%, 코스닥지수는 1.37% 하락했다.

증권가는 “최근 증시가 주도주 없는 순환매 장세로 접어들면서 바이오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초 증시의 반짝 회복세를 이끈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형주는 지난달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한국 시장 비중 축소(중국 비중 확대) 결정이라는 악재를 만나며 주춤한 모습이다. 관심을 끌었던 경협주 테마도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로 동력이 급속도로 약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갈 곳을 잃은 시중 자금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바이오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MSCI지수에서 한국 증시 비중 축소에 따른 반도체 등 대형주 수급 악화가 거꾸로 코스닥시장 중소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우량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한 바이오업체를 중심으로 투자 가치가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부터 코스닥 바이오주 ‘쇼핑’에 나섰다. 외국인의 코스닥시장 순매수는 올 1월 660억원에 그쳤지만, 2월부터는 지난 7일까지 547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기간 외국인은 메디톡스, 바이로메드, 휴젤, 코오롱생명과학 등을 집중 매수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관련 국제학회 등이 연달아 열리는 올 2분기까지 바이오주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한미약품, 바이로메드, 제넥신, 인트론바이오, 파멥신, 앱클론 등 신약 개발과 수출이 가시권에 들어온 종목을 추천했다. 한국경제TV 전문가인 한옥석 파트너는 “최근 외국인 전략이 대형주 위주 패시브 전략에서 중소형 테마주에 초점을 맞춘 액티브 전략으로 바뀌고 있다”며 “경협주는 북한 비핵화 협상 결렬, 중국 소비주는 한한령(限韓令) 해제 지연 등으로 주춤한 상황에서 상반기 신약 개발 관련 이벤트가 풍부한 바이오주가 한층 유리한 입지를 점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