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증시는 지난해 내내 같이 오르고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이 같은 ‘동조화’가 깨지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과 부양책 기대로 중국 증시는 계속 오르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지난달 중순 이후 횡보하다가 이달 들어선 계속 미끄러져 올해 상승분을 반납했다. 정부 정책과 경기, 기업 이익, 수급 등에서 한국이 중국을 못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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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둔화 우려에 하락한 코스피

7일 코스피지수는 9.81포인트(0.45%) 내린 2165.79로 마감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5일 연속 하락세다. 지난 5일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6.5%로 낮춘 데 이어,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로 0.2%포인트 낮추면서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롯데케미칼(-5.16%)과 한화케미칼(-3.43%), 대한유화(-3.26%), SK케미칼(-2.50%), LG화학(-1.88%) 등 화학주가 동반 하락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핵심 제품인 에틸렌 가격이 전날 2.8% 하락한 영향”이라며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돼야 화학주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등락을 거듭하다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4.32포인트(0.14%) 오른 3106.42로 거래를 마쳤다. 5일 연속 상승세로 지난해 6월 7일(3109.50)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상관계수가 0.8~0.9에 이를 정도로 강한 동조화를 보였던 한·중 증시는 지난달 중순부터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코스피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지난달 15일까지 각각 7.6% 올랐다. 하지만 이후 7일 현재까지 등락률은 각각 -1.4%와 15.8%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올해 상승률도 코스피지수는 6.1%에 그치고 있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24.6%에 달한다.

기업 이익·정부 정책 등 달라

지난해에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불안에 놀라 무더기로 중국과 한국 주식을 던졌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더 높은 중국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이 2016년 12월 선강퉁 시행 이후 가장 강한 강도로 중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며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 증시 차별화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기업 이익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기업의 올해 실적 전망치가 개선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과 수출 경기도 양국이 크게 다르다는 설명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감세, 소비부양책, 인프라 투자 등 각종 경기부양책을 적극적으로 꺼내들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경기부양책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2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1.2% 줄어들며 3개월 연속 감소세인 데 반해 중국은 양호한 수출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차이다. 최근 MSCI가 중국 A주 편입 비율을 5%에서 20%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증시의 나홀로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가 전국인민대표대회 기대를 선반영해 크게 올랐다”며 “깜짝 놀랄 만한 정책이 추가로 발표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상승 속도가 유지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