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상장사 동일기연이 발행주식의 절반 가까이(48.78%)를 소각한다는 방침을 내놔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주주가치 제고와 상장 유지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소각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위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기연은 28일 코스닥시장에서 50원(0.31%) 내린 1만6100원에 마감했다. 이날 하락했지만 동일기연은 전날 상한가까지 급등(29.72% 상승)하며 이목을 끌었다. 27일 장중 동일기연은 자사주 359억원어치(300만 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27일 기준으로 이 회사의 전체 발행주식 총수는 614만 주로, 약 절반을 소각한다는 소식에 매수세가 몰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7일 기준으로 동일기연의 자사주 지분율은 48.98%,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3.94%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소액주주 지분이 20%에 미달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과거에는 자사주가 소액주주로 분류됐지만 올해부터 소액주주에서 빠졌다. 동일기연은 자사주를 소각해 7%대에 불과한 소액주주 지분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주명부요약표를 제출하는 4월 전까지 소액주주 비율이 20%를 넘으면 관리종목 지정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동일기연은 그동안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해왔다. 2005년 이후 매년 주식배당을 실시한 동일기연은 지난해에만 3회에 걸쳐 전체 발행주식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20만 주를 매입했다. 동일기연의 소액주주 지분을 고려하면 회사가 최대주주에게 배당한 주식을 다시 최대주주에게서 사들인 셈이다. 작년 말 동일기연은 다시 주당 0.04주의 주식배당을 발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사가 주식배당과 자사주 매입, 최대주주의 장내 매도를 장기간 반복하는 것은 일종의 자전거래로 볼 수 있다”며 “제도 범위 내에서 기업의 이익을 최대주주에게 이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일기연은 7년 전에도 발행주식의 42.02%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소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