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상법개정안 발의

지배주주, 회삿돈으로 자사주 매입
기업가치 훼손…소액주주 반발 커
아트라스BX·알보젠 등 상폐 '제동'
마켓인사이트 2월 26일 오후 4시45분

[마켓인사이트] 자사주 이용한 자진상폐 막는다

최대주주(지배주주)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상장폐지에 나서는 것을 막는 상법개정안이 발의됐다. 현행 상법에서는 지배주주 보유 주식과 기업 자사주 합계가 발행주식의 95% 이상이면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95%룰’을 계산할 때 자사주를 발행주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자사주는 지배주주 측 지분으로 합산되지 않아 95% 이상을 맞추기 힘들어진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종걸, 이춘석, 유동수, 심상정, 김병욱 의원 등 10명이 공동 발의했다.

현행 상법과 거래소 규정에는 자사주를 반영한 지배주주 지분이 95% 이상이면 나머지 소액주주 지분을 강제로 매입해 자진 상장폐지에 나설 수 있다. 이에 따라 상장사 지배주주가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자진 상장폐지에 나서는 사례들이 이어졌다. 소액주주의 반발도 컸다. 회사가 투자 재원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박 의원은 “주주 공동 재산인 회사의 자사주를 지배주주 보유 주식수에 합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지배주주가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회사로 하여금 자사주를 취득해 소액주주를 축출하는 건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자진 상장폐지 기업에 대해 회계감사인을 지정하는 내용의 외감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도 관계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상법개정안을 면밀히 실펴본 뒤 거래소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은 자진 상장폐지 후 고배당에 나서면서 소액주주의 원성을 키우기도 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PE가 최대주주로 있는 제지업체 태림페이퍼는 2016년 주당 3600원에 자사주를 공개매수한 직후 자진 상장폐지에 나섰다. 비상장사로 전환한 이 회사는 지난해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주당 4311원의 배당을 했다.

이번에 발의된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 중인 아트라스BX 알보젠코리아 등의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축전지 업체인 아트라스BX는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2016년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를 통해 대주주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지분 31.13%)와 자사주 지분 합계가 89.56%까지 늘었다. 하지만 95% 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알보젠코리아도 2017년 4월과 11월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대주주인 미국 제약업체 알보젠과의 자사주 합계가 92.22%에 그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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