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차전지 및 정보기술(IT) 부품 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이 미래 수요를 밝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장기적으로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차전지 업체 삼성SDI는 지난해 2조1461억원을 유형자산 취득에 썼다. 2017년(9915억원)보다 2배 넘게 늘었다. 현재 15GWh(기가와트시)인 생산능력을 2020년 30GWh로 늘린다는 목표로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삼성SDI가 1조3000억원 이상을 들여 시안과 톈진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는 만큼 올해도 상당한 규모의 설비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차전지 업체 LG화학은 같은 기간 설비투자 금액을 2조2526억원에서 4조2194억원으로 87.3% 늘렸다. 2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는 코스모신소재는 119억원에서 238억원으로 99.5% 증가했다. 세계 2차전지 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증설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 우려도 나오지만, 전기차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2020년부터는 오히려 공급 부족이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LG화학이 독일 폭스바겐의 2차전지 합작법인 설립 요구를 거부하고, 합작을 계속 요구하면 2차전지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사실이 알려졌다”며 “2차전지 업체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휴대폰 카메라 모듈 부품을 만드는 LG이노텍은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에 1조4135억원을 쏟아부었다. 연 3000억원 수준이던 LG이노텍의 설비투자 금액은 2017년 7757억원을 찍은 뒤 급증세다. 트리플 카메라 등 휴대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기능이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한미반도체도 설비투자 금액을 2017년 99억원에서 작년 242억원으로 144% 늘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