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이 지난해 4분기 7%대로 떨어졌다. 중국(13.22%)의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4%대로 주저앉았다. 이런 가운데 영업이익 규모가 큰 30개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한국 기업들이 내우외환 속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뺀 기업 영업이익률 4%대 추락…중국의 3분의 1 수준
상장사 영업이익률 2%P 떨어져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사대상 171개 상장사(유가증권+코스닥시장. 금융회사·지주사 제외)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총합은 각각 351조2069억원과 25조101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 영업이익률은 7.14%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9.20%)보다 2.06%포인트 떨어진 숫자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18.22%였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89%로 전년 동기(6.03%)보다 1.14%포인트 떨어졌다.

해외 주요국과의 수익성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미국(S&P500지수 소속 기업) 일본(닛케이225) 중국(CSI300) 3개국 상장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각각 13.56%, 8.99%, 13.22%다.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기업 실적과 수익성 악화는 경기침체를 가속화하고 고용을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잔뜩 움츠러든 기업들

작년 4분기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빠진 원인으로는 국내외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기업 관련 정책 리스크(위험) 등이 꼽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작년 4분기에는 글로벌 주요국 경기 부진에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 리스크까지 더해져 상장사 실적이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올해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초부터 금리 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한 데다 미·중 무역분쟁도 작년보다는 완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불확실성은 다소 걷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수입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상 가능성 등 또 다른 파고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기업들은 비상사태에 대비해 현금 확보에 분주하다.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작년 연결재무제표를 공개한 유가증권시장 28개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총 18조9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2% 증가했다.

법인세 부담 급증

유가증권시장 영업이익 상위 30개(2018년 기준) 기업의 지난해 유효세율(법인세 비용/세전 이익)은 28.0%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익보다 법인세가 더 빨리 늘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지난해 세전 이익은 121조9819억원으로 2017년(111조5945억원)보다 9.3% 불었다. 같은 기간 법인세 비용은 26조5441억원에서 34조1522억원으로 28.7% 증가했다.

법인세 최고 세율이 지난해 22%에서 25%로 오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방세를 포함하면 최고 세율이 27.5%로 뛰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방세 포함 평균 법인세 최고 세율(23.9%)을 웃도는 수준이다.

유효세율이 40%를 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포스코의 지난해 유효세율은 46.9%였다. 2017년 28.9%에서 크게 높아졌다. 세전이익이 14.8% 줄었지만 법인세 비용은 오히려 38.5% 늘어난 탓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0년 35%였던 미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난해 21%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일본은 30%에서 23.2%로, 영국은 28%에서 19%로 인하됐다. 한국만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같은 세부담을 지는 내수 기업이라면 법인세 인상이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수출 기업엔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송종현/임근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