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인 촉매변환기만 훔쳐 내다파는 절도범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촉매변환기 안에 들어 있는 귀금속 ‘팔라듐’이 타깃이다. 유럽의 자동차 배기가스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휘발유차 촉매변환기에 쓰이는 팔라듐 수요가 늘자 팔라듐값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작년 말부터 금값도 뚜렷한 강세를 나타내면서 귀금속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

새로운 ‘귀금속 제왕’ 된 팔라듐

팔라듐은 최근 국제선물거래소에서 ‘왕좌’에 올랐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팔라듐 선물은 트로이온스(31.1035g)당 1445.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국제 금 선물 가격(1323.50달러)보다 9.19% 높았다. 팔라듐 선물 가격은 올해 15.25% 올랐다. 지난해 8월 이후 꾸준한 상승세다.

금 '뛰고' 팔라듐 '날고'…귀금속ETF 질주
팔라듐 현물을 편입하는 ETF인 ‘ABERDEEN PHYSICAL PALLADIUM(티커명 PALL)’은 최근 높은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미국 아메리칸증권거래소(AMEX)에서 1.6809달러(1.19%) 떨어진 139.8291달러에 마감했다. 이날은 하락했지만 이달에만 9.57% 오르는 등 올 들어 17.45% 상승했다.

팔라듐에 자산 100%를 투자하는 ETF는 글로벌 증시에서 PALL이 유일하다. PALL의 운용자산(AUM)은 2억3072만달러(약 2598억원)다. 최근 45거래일 기준 하루평균 460만달러어치가 거래됐다.

팔라듐 수요는 폭스바겐이 2015년 디젤차 연비와 배출가스를 조작했다가 발각된 ‘디젤 게이트’ 이후 휘발유차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꾸준히 늘었다.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역내에서 판매되는 신차(승용차 기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 대비 37.5% 감축하기로 지난해 12월 합의하자 팔라듐 수요는 더 뜨거워졌다.

공급은 부족하다. 글로벌 팔라듐 공급의 39%는 러시아 니켈 광산에서, 37%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플래티넘 광산에서 나온다. 해당국 광산에서 추가 채굴을 해야 팔라듐 공급이 늘어난다. 러시아 니켈 광산을 독점 운영하는 업체는 2025년까지 추가 채굴 계획이 없다고 지난해 말 밝혔다.

수키 쿠퍼 스탠다드차타드 연구원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팔라듐 공급 부족은 적어도 2~3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상품전략가 올레 핸슨도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팔라듐값이 치솟자 투자자 사이에서 단기 차익실현 욕구가 높아진 듯하다”며 “공급 부족에 대한 전망은 변함이 없어 현 단계에서의 가격 조정은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안전자산’ 금 투자가치도 高高

글로벌 경기가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도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작년 11월 초만 해도 1200달러대 초반이었던 금 선물 가격은 이달 들어 1300달러대에 안착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만의 최고가다.

금 '뛰고' 팔라듐 '날고'…귀금속ETF 질주
금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ETF ‘KODEX 골드선물(H)’은 22일 110원(1.13%) 하락한 9640원에 마감했다. 지난 20일 장중 9805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최고치를 찍은 뒤로는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연초 이후론 3.10% 올랐다.

전문가들은 금값이 올해 더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금리와 달러가치 방향을 볼 때 저금리와 약달러가 금값 상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 14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세계 최대 규모 원자재 ETF인 ‘SPDR Gold Shares(GLD)’ 등을 관심 상품으로 두고 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때 저가 매수하는 전략을 권한다”고 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