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 타이밍?…공포와 혐오가 겹칠 때"
이현승 신영자산운용 매니저(41·사진)는 금융투자업계의 ‘언더독’을 자청한다. 주류가 아니라 소수파라는 의미다. 그는 36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신영자산운용에 입사해 펀드매니저 생활을 시작했다.

이직 전 3년 동안 군인공제회에서 리서치와 고유자산운용을 담당한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신영자산운용에선 투자금 성격도, 운용 스타일도 달라 처음부터 새로 공부하다시피 했다. 이 매니저는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다는 생각에 더 절박하게 공부에 매달렸다”며 “주식을 고를 때 시장이 주목하지 않는 주식,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은 종목을 먼저 살핀다”고 설명했다.

역발상 투자 지향

"주식 투자 타이밍?…공포와 혐오가 겹칠 때"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16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303명을 대상으로 한 ‘2018 베스트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이 매니저에게 표를 던진 애널리스트들은 “시장 소수 의견도 경청하는 매니저”, “가치투자 철학을 소신있게 지키는 매니저”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 매니저는 신영자산운용에서 2014년부터 채권혼합형 펀드인 ‘신영고배당30’을 운용하고 있다. 이 펀드는 최근 3년 동안 5.32%의 수익을 냈다. 채권혼합형 펀드 392개의 같은 기간 평균 수익률은 4.86%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역발상’을 강조했다. “가치주 투자는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싼 종목을 고르는 게 핵심인데, 이런 종목은 보통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을 때 늘어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매니저는 “개별 기업 악재와 투자자의 주식투자에 대한 혐오가 겹칠 때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진다”며 “이럴 땐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악화되는 속도보다 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빠른 경우가 많아 지켜보던 종목에 이런 일이 생기면 매수 타이밍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주식 투자 타이밍?…공포와 혐오가 겹칠 때"
지난해 말부터 현대자동차 투자 비중을 늘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주가가 약 9년 만에 1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에서 엔진 결함 리콜과 관련한 조사를 받는다는 악재성 뉴스가 터진 가운데 실적에 대한 투자자의 실망감이 겹쳤다. 이 매니저는 “당시 현대차 주가가 급락했지만 여기서 더 나빠지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지난해 초 정부 규제로 주가가 하락했던 통신주와 유틸리티주도 비슷한 논리로 주가가 떨어질 때 더 매수해 반등을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배당 확대 기업 주목

꾸준히 배당을 늘리는 기업도 이 매니저가 주목하는 투자 대상이다. 그는 배당주 투자로 얻는 성과는 변동성도 작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질 높은 수익’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매니저는 “배당을 재투자하면 오랜 기간 자금을 굴릴수록 복리로 수익이 쌓인다”며 “주가가 떨어져도 배당수익으로 손실을 일부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는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치주 펀드가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최근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부채(레버리지)와 잦은 매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운용방식이 투자자에게 주목받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가치주 펀드 성과에 주목할 날이 곧 올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매니저는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낸 저력은 인정하지만 매매가 잦으면 그만큼 실수할 확률도 높아진다”며 “운용역의 단기 판단으로 낸 수익보다는 장기투자와 배당으로 얻은 수익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지주사, 우선주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이들은 배당이 지속적으로 늘고, 비상장 자회사들이 상장하면서 기업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