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두산그룹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두산건설뿐만 아니라 (주)두산과 두산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가 동반 추락했다. 두산그룹이 또 한 번 두산건설 구하기에 나서면서 그룹 전체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두산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했다.

두산건설 4000억 유상증자에 참여하나…두산그룹株 '발목'
두산건설은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360원(18.95%) 급락한 1540원에 마감했다. 실적 악화의 실망감에다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매도세를 불렀다. 두산건설은 전날 지난해 551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주요 건설현장의 착공이 늦어진 가운데 미분양 발생, 준공 현장 도급계약 비용 증가 등과 관련한 대손충당금을 쌓은 여파가 컸다. 대규모 손실에 따른 자본금 감소로 2017년 말 194.7%였던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552.5%까지 뛰었다. 두산건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두산(-7.46%) 두산중공업(-9.86%) 두산인프라코어(-5.32%) 두산밥캣(-2.97%) 등 두산 계열사들도 이날 일제히 주가가 떨어졌다. 두산건설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의 하락 폭이 컸다. 자회사의 대규모 손실을 인식한 타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두산건설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최대주주(지분율 73.38%)다. 증권업계에선 두산중공업이 지분율만큼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2500억~2800억원을 출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유상증자를 검토하는 것도 사실상 두산건설 자금 지원이 목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수주 잔액 감소로 실적이 악화됐는데 설상가상으로 두산건설 지원에도 나서게 됐다”며 “두산건설의 재무적 위험이 두산중공업뿐만 아니라 (주)두산의 유상증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KB증권과 삼성증권, 대신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는 두산중공업과 두산의 목표주가를 내렸다.

신용도에도 ‘경고음’이 울렸다.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신평사들은 이날 (주)두산(A-)과 두산중공업(BBB+), 두산건설(BB)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두산건설은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진 지 두 달 만에 다시 강등 위기에 놓였다. 신평사들은 두산건설의 재무구조 악화가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주)두산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주)두산과 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는 과거에도 RCPS(상환전환우선주) 투자나 자산 매입 등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두산건설에 적잖은 자금을 수혈했다.

전문가들은 두산건설과 두산중공업의 펀더멘털이 눈에 띄게 약해진 상황임을 고려하면 두 회사의 유상증자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주가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기다 보니 일반 주주들이 증자 참여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며 “두 회사가 필요한 자금 규모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두산그룹 계열사들만 출자하는 증자 방식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