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외교 분쟁으로 지난해 하반기 한때 급락한 터키 리라화 가치가 작년 4분기부터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조정이 과했던 만큼 올해 급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일부 ‘큰손’ 투자자들이 환차익을 노리고 터키 채권 투자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 프라이빗 뱅킹(PB)센터에 투자 방법과 전망을 묻는 고액 자산가가 늘었고, 이 중 일부는 실제로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高수익' 터키 채권에 베팅하는 자산가들
“리라 V자 회복할 것”

리라 가치는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 구금에 대한 항의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작년 8월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 급락했다. 달러당 리라 환율은 작년 8월 7일 5.2287리라에서 8월 13일엔 6.9938리라로 33.75% 상승(리라 가치 하락)했다. 이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다가 4분기부터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올 들어선 5.2리라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올해 리라 가치는 V자로 회복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작년에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금이 유턴해 올해는 신흥국이 수혜를 볼 것이란 이유에서다.

글로벌 펀드정보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3일부터 5주 연속 신흥국 채권형펀드에 자금이 유입됐다. 메리 니콜라 이스트스프링인베스트먼트 전략가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올해는 늦춰질 것”이라며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과도하게 싸진 터키 리라, 인도네시아 루피아, 러시아 루블화가 급격히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터키 채권 사들이는 큰손들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메이저 증권사들은 고액 자산가들이 일선 PB센터를 통해 “터키 채권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올 경우 매물을 확보해 중개해 주고 있다. 이 같은 경로로 큰손 투자자들이 최근 투자한 터키 채권 규모는 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일선 PB팀장 사이에선 “돈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부자 고객들이 작년 4분기 이후 터키 채권 투자에 나서는 게 흥미롭다”는 반응이 나온다.

터키 채권을 중개하고 있는 한 대형 증권사 자산관리(WM) 담당 임원은 “터키 채권 중개는 작년 8~9월 두 달간 개점휴업했다가 10월부터 재개돼 매달 10억~20억원씩 소화되고 있다”며 “환차익을 노린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권에서 영업 중인 한 대형 증권사 PB센터장은 “투자는 유혈이 낭자할 때 하는 것이라며 2억원가량을 넣은 중견기업 오너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실제 작년 4분기 이후 투자에 나선 부자들은 수익률 ‘대박’을 터뜨렸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중개한 터키 채권의 작년 3분기 말 이후 수익률은 41%”라며 “올해 리라 가치가 꾸준히 오르면 추가 수익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신흥국 채권 투자

작년 2, 3분기 급감했던 국내 투자자들의 신흥국 투자는 4분기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당수 신흥국이 포함된 ‘기타국가’ 채권 매수결제 금액은 2017년 1분기부터 작년 1분기까지 분기당 평균 1억6991만달러였다가 작년 2, 3분기에 각각 5568만달러와 6431만달러로 줄었다. 4분기에 9558만달러로 반등한 뒤 올 1분기엔 2월 13일까지 3983만달러가 결제됐다.

예탁결제원 자료에 기타로 분류된 국가 중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영국이 포함돼 있다. 최근 영국 길트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신흥국 채권의 매수결제 규모 증가율은 전체 증가율보다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