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산운용업계에는 공모펀드와 사모펀드 간 온도차가 뚜렷하다. 최소 가입금액 1억원 이상으로 투자 문턱이 높고, 약세장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모펀드로는 자산가들의 자금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반면 우량 기업을 사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롱 온리(매수일변) 전략을 구사하는 공모펀드는 주목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투자해 장기적 성과를 보려는 투자자 사이에서는 ‘똘똘한’ 공모펀드 수요가 여전히 높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16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2018 베스트 펀드매니저’ 설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김태훈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35)는 ‘뚝심의 공모펀드 매니저’로 통한다. 그는 “세계적인 인덱스펀드 및 사모펀드 강세흐름 속에서도 위상이 굳건한 미국 캐피털그룹이나 웰링턴자산운용과 같이 꾸준하게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터넷, 제약·바이오기업 등 플랫폼 업체 가장 선호"
우버 사업영역 확장 주목

김 매니저는 미래자동차, 핀테크(금융기술), 스마트홈·스마트팩토리, 헬스케어, 증강·가상현실 등 5대 미래성장산업에 투자하는 ‘한국의 제4차산업혁명 펀드’를 2017년 1월부터 운용하고 있다. 2017년 40%의 수익률(운용펀드 기준)을 올리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산업 지형 변화는 그의 오랜 관심사다. 미국 미시간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대학 시절 투자동아리를 구성해 운영하면서 글로벌 우수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 투자 행보 등을 꾸준히 지켜봤다. 최근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와 같은 세계적 벤처캐피털 자금이 어디에 투자하는지를 유심히 분석하며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다. 우버 등 글로벌 차량공유 업체들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방향에도 주목한다.

우버는 고객 여정데이터 등을 토대로 배달서비스 ‘우버이츠’, 화주와 화물 운송사업자를 직접 연결하는 ‘우버 프레이츠’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버 상장 시 기업가치는 12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게 글로벌 투자업계의 추산이다. 김 매니저는 “우버의 사업 확장과 기업가치 상승은 방대한 데이터 수집을 멈추지 않는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함의가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제약·바이오기업 등 플랫폼 업체 가장 선호"
플랫폼 기업 선호

우버처럼 생산자와 소비자 간 상호작용 장을 만들어 데이터를 축적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업체는 그가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다. “가입자와 거래액 등이 늘면서 많은 데이터가 쌓이다 보면 해당 기업들이 소비자 맞춤형 제품 또는 서비스를 만들어 매출을 일으키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게임업체로 간편결제서비스 페이코를 운영하면서 결제, 광고, 커머스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NHN엔터테인먼트, 국내 플랫폼 대표주로 모빌리티 및 결제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카카오 등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다.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제약·바이오주도 관심 대상이다. 제약·바이오업에서 플랫폼이란 다양한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뜻한다. 그는 “여러 질환 치료제로 확장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 제넥신의 ‘하이루킨 7’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업체보단 전통 신약개발 업체가 유망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과거 5~6년간 해온 연구개발(R&D) 투자의 결실이 올해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게임업종에도 투자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혁신성장 기조 아래 게임산업 규제 완화에 이전보다 긍정적이라는 점이 첫째 이유다. 넷마블의 넥슨 인수합병, 대형 게임사의 신작 모멘텀 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다수의 게임 캐릭터, 스토리 등 지식재산권(IP)을 갖고 있어 확장 가능성이 높은 업체들이 안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간편결제 시장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는 “정부가 간편결제사업자에 신용공여 제공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핀테크 활성화 노력을 하고 있고 SK텔레콤 등 대기업도 공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시장이 커지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 필요성도 높아지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