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증시도 지난달 크게 오르며 '화색'
16개 베트남 주식형펀드에 올들어 226억원 순유입
"브라질 투자 늘리는 건 위험…인도는 중장기적 투자 매력"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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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투자 전문가 상당수는 올해 신흥국 증시가 선진국 증시보다 나은 성과를 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고 신흥국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부각되면서다. 한국과 중국 등 신흥아시아와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 증시는 지난달 크게 오르며 투자자들의 기대에 화답했다.

2월 들어선 증시가 ‘숨고르기 장세’에 진입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흥국의 상대적 선전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 강세 압력 약화,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 효과 등에 대한 기대가 그 중심에 있다. 다만 기업 이익 증가에 힘입어 증시가 시원하게 오른 2017년 하반기와 같은 장은 아닐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정책 변화와 성장성, 가격 매력 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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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커진 신흥국 펀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베트남 주식형 펀드 16개로는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226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아세안 국가를 중심으로 한 신흥아시아에 투자하는 펀드 34개로는 87억원이, 인도 펀드 25개에는 36억원이 순유입됐다. 중국 펀드 166개로도 23억원이 들어왔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형펀드로도 7436억원이 순유입됐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난해 과매도로 떨어진 한국과 신흥국 증시에 대한 ‘보텀 피싱(bottom fishing)’에 나서면서 신흥국 증시가 들썩이자 국내 투자자들도 신흥국 펀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부지점장은 “신흥국 증시가 최근 크게 반등했지만 신흥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는 것을 보면 아직 신흥국에 투자 여력이 남아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며 “한동안 주춤하던 베트남이나 중국 투자에 대한 고객 문의가 올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약발’을 발휘하고 미·중 무역분쟁이 추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중국 경제지표가 3월 이후 개선될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지표가 안정되고 추가 부양책이 발표될 3월 이후를 증시 상승세가 재개될 시점으로 주목한다”고 했다.

3월 1일 전에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깨졌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도 시장은 기대를 걸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쉽게 합의하진 않겠지만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나 주가에 불리한 정책을 섣불리 밀어붙이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비관적 시나리오를 기본으로 가정하기는 일러 보인다”고 했다.

KB증권은 중국 주식과 신흥시장에 대한 올해 투자 의견으로 ‘비중 확대’를 제시했다. 3개월간의 투자 선호도는 ‘중립’에 놨다.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경제지표, 단기 급등으로 누적된 피로감 등으로 한동안 밸류에이션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개월 투자 선호도가 높은 곳으로는 정책 효과 기대가 높은 브라질 인도 중국을, 1년 투자 매력이 높은 곳으로는 인도와 베트남을 제시했다.

신흥국 ‘옥석 가리기’ 필요

최근 유로존 경기지표 부진에 따른 유로화 약세에 달러화가 다시 강세 압력을 받는 점은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작년처럼 미국과 미국 외 국가들이 경기나 통화정책 면에서 심하게 차별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경기가 부양정책과 통화 완화정책에 힘입어 반등할 여지가 있다”며 “달러화 강세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무역 분쟁, 글로벌 경기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가격 조정을 크게 받았거나 △정책과 기초여건(펀더멘털)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는 국가별로 차별화된 접근을 권했다. 가격 매력은 중국과 한국이 여전히 높고, 성장성은 베트남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가 좋을 것이란 분석이다. 원자재 수출국 가운데선 경제개혁이 원활히 진행된다는 가정 아래 브라질 등 중남미를 추천했다.

신중론도 있다. 권희진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 금융시장을 추세적 상승으로 이끌 만한 요인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며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에서는 자금이 빠르게 유출되면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시점에서 브라질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강력한 연금 개혁을 주장하고 있으나 여론 악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개혁 정책 시행 여부와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서 브라질 투자를 재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인도는 중장기적 투자 매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재정건전성은 낮지만 정부 지출이 산업 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고, 재정적자에 따른 이자 부담을 상쇄할 만큼의 성과가 나고 있다는 까닭에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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