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실적 충격’ 우려가 큰 가운데서도 기대를 걸 만한 종목이 있다. 증권사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갈수록 올라가는 기업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4분기 실적 눈높이가 높아진 종목과 더불어, 4분기엔 부진했지만 올 1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추정한 증권사가 3곳 이상인 상장사 가운데 3개월 전과 비교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높아진 기업은 50곳이었다. 액화천연가스(LNG) 보랭재를 생산하는 한국카본은 지난해 4분기 2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3개월 전만 해도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됐지만 전망치가 올라갔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카본 수주액이 사상 최대에 달했다”며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수주 소식이 추가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삼성SDI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 2544억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됐다. 3개월 전 추정치(1985억원)보다 높아졌다. 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지만 삼성SDI는 전기자동차에 쓰이는 중대형전지 매출이 늘면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녹십자(영업이익 추정치 3개월 전 54억원→88억원), 파트론(54억원→102억원) 코스메카코리아(43억원→58억원) 등이 실적 눈높이가 높아진 종목으로 분류됐다.시장 전문가들은 올 1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증권사들은 1분기 LG이노텍이 55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28%다. 실리콘웍스(전년 동기 대비 201.5%) 펄어비스(89.0%) SK머티리얼즈(52.3%) 등도 올 1분기 실적 개선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으로 꼽혔다.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우리는 남들이 어려워하는 분야에 도전합니다. 그래서 연구개발에서도 불도그처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정신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조문수 한국카본 회장(60)의 말이다. 올해로 대표에 오른 지 10년이 된 그는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용 보랭자재 수주액이 3632억원에 달해 작년의 아홉 배에 달했다”며 악착같이 연구개발을 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보랭자재 수주액은 이 회사의 작년 전체 매출(2390억원)의 1.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조 회장은 “올해 수주분 중 상당 부분이 내년 매출로 연결될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도 전망은 밝다”고 했다.한국카본은 1984년 설립돼 역사가 34년이나 된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소비재가 아니라 복합소재로 중간재를 만들어 기업에 납품하기 때문이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이나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과 같이 두 가지 이상의 재질을 합쳐 만든 소재가 복합소재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은 LNG선 보랭자재와 자동차·항공기·풍력발전·건축·스포츠레저용 탄소섬유 및 유리섬유 복합소재 제품이다.올해 한국카본이 대량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기술개발 덕분이다. 조 회장은 “LNG선은 일반 화물선과 달리 단열기술이 중요하다”며 “LNG를 영하 163도로 액화시키면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들어 많은 양을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두꺼운 보랭재를 둘러 외부 열을 차단하고 초저온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원래 LNG선 기술은 일본의 독점 분야였고 한국카본은 2001년 이 사업에 진출했다.그는 “보랭재에서 가장 중요한 강화 폴리우레탄폼과 딱딱한 2차방벽 부품인 RSB(rigid secondary barrier)의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며 “RSB는 세계에서 한국카본만 제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2년에는 프랑스 기업이 독점 공급하던 유연한 2차방벽 부품인 FSB(flexible secondary barrier)도 국산화했다.국산화로 원가 절감이 가능해지자 한때 조선사들로부터 주문이 몰려 매출이 늘기도 했지만 최근 조선업 불황 여파로 실적이 몇 년간 좋지 않았다. 매출은 2013년 2408억원에서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했다. 작년 매출은 2013년 수준을 밑돌았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매출도 162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1.4% 줄었다. 올해 수주가 매출에 반영되는 내년부터는 급속히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조 회장은 동국대 화공과를 나와 1983년 말 한국화이바 기획실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카본은 1984년 그의 부친인 조용준 한국화이바 회장(88)이 설립했다. 조문수 회장은 1990년 한국화이바 사장을 거쳐 2008년 한국카본 사장으로 임명됐다. 조 회장은 주제품인 LNG 관련사업을 키우면서 미래 먹거리로서 자동차 및 항공기용 소재 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그는 “남과 다른 생각을 갖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독창력(獨創力)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카본 연구소는 밀양과 서울에 있으며 50명의 연구인력이 근무 중이다. 이는 전체 직원의 약 10%에 이른다. 이 중 석·박사가 18명이다. 이들은 건축자재·자동차·항공기·풍력발전용 탄소섬유 및 유리섬유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조 회장은 “앞으로 상용화되는 자동차나 항공용 탄소섬유 소재 제품도 기존 제품과는 차별화된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분야의 경우 PCM(press compression molding) 공법을 사용하는 고속경화 탄소섬유 프리프레그를 개발했다. 성형시간을 기존 3분에서 75초로 단축했고 2020년께에는 양산차량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항공 분야 인테리어 패널 소재는 조만간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의 소재규격 인증을 획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년 6월까지 탄소섬유 및 유리섬유 소재에 대한 모든 인증을 획득한 뒤 2021년께 양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미·중 무역분쟁과 국내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월 이후 1900~2200선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실적개선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LNG선 수주 훈풍에 웃는 조선·선박 기자재주최근 전 세계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요가 증가하며 한국 조선업체들의 수주물량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 중에서도 독보적인 수주량을 바탕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33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지만 내년에는 39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안인기 한국경제TV 파트너는 “현대중공업이 올해 7년 만에 세계 1위 수주 성과를 낼 확률이 높다”며 “선가 상승세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도 918억원으로 전년(1079억원) 대비 15.0% 감소했다가 내년에 1177억원으로 28.3% 늘어날 전망이다.LNG선 수주로 수혜를 입을 선박 기자재주로는 한국카본이 꼽힌다. 한국카본이 생산하는 LNG 보랭재는 LNG 기화를 막아 LNG 운송선에 쓰인다. 올해 한국카본의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전년(49억원)의 절반 수준일 전망이지만, 내년에는 147억원으로 올해보다 489.6%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LNG 수요가 커지고 있고 미국이 LNG 수출을 늘리며 중장기적으로 LNG 보랭재 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와이지엔터, 내년 영업이익 125%↑한국경제TV 전문가들이 꼽은 내년도 실적개선 기대 종목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다. 와이지엔터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해보다 53.4% 감소한 113억원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254억원으로 올해 대비 125.9%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한국경제TV 전문가인 이헌상 파트너는 “‘간판 그룹’인 빅뱅 멤버들의 군 입대로 올해 실적은 부진했지만 ‘뚜두뚜두’ 등 히트곡을 내놓은 걸그룹 블랙핑크가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0월 말 큰 폭의 조정을 받은 후 최근까지 20.8% 올랐다.게임주 중에서도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종목들이 있다. 지난 6일 신작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을 출시한 후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넷마블이 대표적이다. 넷마블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5098억원) 대비 45.0% 줄어든 2802억원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2017년보다도 높은 569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 방탄소년단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는 ‘BTS월드’ 외에도 ‘A3’와 ‘세븐나이츠2’ 등 신작을 연이어 내놓을 예정”이라며 “신작 출시 후 주가가 급락한 것은 오히려 투자 기회”라고 말했다.자연재해 ‘직격탄’ 여행주 내년엔 ‘화창’올해 일본에서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잇달아 발생하며 실적이 부진했던 여행주도 내년에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투어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올해 대비 95.9% 증가한 526억원이다. 모두투어의 내년 영업이익(310억원)도 55.5% 늘어날 전망이다. 두 기업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269억원, 199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4~38% 감소할 전망이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자연재해로 부진했던 일본 출국자 수가 회복될 수 있고, 2분기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