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日서 ESG 투자 바람…한국 기관도 더 관심가져야"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투자 규모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상장사와 기관투자가들도 더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비샬 칸두자 칼버트자산운용 글로벌ESG 총괄부사장(사진)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더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환경과 지역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칼버트자산운용은 총 자산운용 규모가 4393억달러(약 483조원)에 달하는 미국 이튼밴스자산운용의 계열사다. 이 회사는 글로벌 기업들을 업종별로 나눈 뒤 직접 개발한 ‘ESG 매트릭스’를 바탕으로 순위를 매겨 투자 규모를 결정한다. 사회적 기여 정도, 지배구조 투명성, 재무 안정성 등이 점수를 매기는 기준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ESG 투자가 확대되는 게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칸두자 부사장은 “ESG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게 오히려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려 수익성을 악화시킨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달 파산한 미국의 에너지기업 PG&E를 예로 들었다. 칸두자 부사장은 “PG&E는 노후 장비를 사용하는 게 문제가 돼 환경과 안전 측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며 “칼버트운용은 ESG 매트릭스를 기반으로 작년에 투자금을 미리 회수했기 때문에 손실을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니레버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긍정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유니레버는 사회에 대한 기여와 직원 복지를 주요한 가치관으로 여기면서 우수한 인력들이 영입됐고 수익성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MS도 데이터센터 냉각에 쓰이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만 활발하던 ESG 기반 투자에 대한 관심이 최근 아시아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칸두자 부사장은 “한국에 오기 전 일본을 방문했는데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와 기관투자가들 관심이 뜨거워 놀랐다”며 “싱가포르, 일본, 홍콩 등에서는 ESG가 이미 중요한 투자전략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ESG 펀드의 운용 자산 규모는 2012년 말 6500억달러에서 작년 말 1조달러(약 1120조원)로 늘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