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이번 쓰레기 필리핀 불법 수출 사건이 첫 적발 사례라고 밝혔지만 폐기물 처리 관련업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G사가 운 나쁘게 걸렸을 뿐, 전국적으로 공공연하게 이 같은 방식의 수출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활용 가능 플라스틱"…관세청에 허위 신고 후 불법 수출
폐기물 수출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처리 기업들은 필요에 따라 관세청에 신고하고 각종 유형의 폐기물을 주고받는다. 문제는 신고 자체가 허위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을 수출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폐기물을 떠넘기는 식이다. 이 같은 불법 행위가 가능한 것은 감독 주체인 관세청과 환경부가 선박에 적재되는 모든 컨테이너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2016년 수출한 폐기물은 27만6000t에 달했다. 컨테이너 1만1500개 규모다.

이번에 적발된 경기 평택의 G사도 당초 ‘분리·선별된 폐합성고분자화합물’을 수출하겠다고 관세청에 신고한 뒤 문제없이 선적했다. 그러다 현지에서 필리핀 세관에 걸려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지난해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중단한 이후 동남아시아 지역이 새로운 수출 대상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환경 규제가 약한 이들 국가에선 수입업체들이 이물질이 혼합된 쓰레기 더미조차 돈을 주고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처리하려면 t당 15만~20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동남아로 수출하면 오히려 6달러가량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폐합성고분자화합물(폐플라스틱)의 지난해 수출량은 총 12만1589t으로 2017년(28만3895t)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중국 수출량이 20만5054t에서 3만8006t으로 격감했기 때문이다. 반면 말레이시아 수출량은 같은 기간 5736t에서 1만3510t으로 2배 이상 늘었으며 태국 수출량도 799t에서 1만1807t으로 14배 이상 급증했다. 재활용업계 관계자는 “세관 신고상으로는 모두 합법적으로 수출됐지만 실제 내용물은 이번 필리핀에서 돌아온 쓰레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진/심은지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