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라이징 스타
(2) 황준혁 KTB자산운용 매니저

"3년째 펀드 수익률 최상위권
종목 넘어 거시경제 분석이 비결

반도체 턴어라운드 논하기 일러
코스피 2300전후에서 횡보할 것
이후 중소형주로 순환매장세 예상
무역전쟁 해소 땐 화장품부터 반등"
"올해 대형주 이익 줄어도 중소형주는 대폭 증가…미디어·게임株 주목"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신인 때 돌풍을 일으킨 뒤 2년차부터 슬럼프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 펀드매니저도 마찬가지다. 1년 반짝 좋은 성과를 내는 젊은 펀드매니저는 많아도 몇 년간 꾸준히 좋은 수익을 올리는 선수는 드물다. 2015~2016년 증권가를 휩쓴 ‘용과장·용대리(1980년대생 용감한 펀드매니저)’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경험 부족 때문이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한 가지 ‘타격 폼’만 고집해선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2018 베스트 펀드매니저’ 공모부문 수상자인 황준혁 KTB자산운용 매니저(32·사진)는 ‘신인답지 않게’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가 운용하는 ‘KTB리틀빅스타펀드’는 국내 중소형주 펀드 중 작년 말 기준 1년 수익률 2위(-4.2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를 13%포인트 앞섰다. 2년 수익률(20.01%)도 1위, 3년(15.03%) 수익률 1위로 3년째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은 박스권, 2017년은 대세상승장, 2018년은 급락장으로 ‘시장 색깔’이 모두 달랐지만 황 매니저는 이 시기 내내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대형주 이익 줄어도 중소형주는 대폭 증가…미디어·게임株 주목"

황 매니저는 거시경제 분석과 유연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비결로 꼽았다. 중소형주 펀드매니저 대부분은 기업탐방 및 전자공시, 보고서 등을 통한 종목 분석, 이른바 ‘보텀업(bottom up)’ 전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하지만 황 매니저는 거시경제 분석(톱다운·top down)에도 많은 시간을 쏟는다.

그는 “대학(KAIST 산업공학과) 시절 삼성전자 싱가포르법인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수요예측을 담당했다”며 “당시 환율, 유가 등 거시경제 지표에 따라 기업 경영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거시경제 분석이 항상 맞는 건 아니지만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작년 하락장에선 그의 거시경제 분석이 빛을 발했다. 9월 반등장에서 운용 펀드의 주식 편입비중을 최저비율(80%)로 낮추고 현금을 최대한 확보했다. 그 덕분에 10~11월 급락장에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12월부터는 코스피지수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지나치게 낮아졌다고 판단해 주가가 급락한 삼성전자 비중을 약 10%(펀드 내 비중 1위)까지 늘렸다. KTB리틀빅스타는 중소형주 펀드지만 대형주 비중을 최대로 늘려 연초 반등장을 준비했다. 황 매니저는 “과거 사례를 볼 때 급락장 이후 반등장에서 외국인은 대형주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시장 전체를 사는 ‘바스켓 매매’를 많이 했다”며 “이를 예상해 대형주 비중을 선제적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여의도의 애널리스트들도 황 매니저의 이런 유연함을 강점으로 꼽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젊은 매니저들은 낙관적, 공격적 성향이 높기 때문에 작년 같은 급락장에서 약점을 보인다”며 “황 매니저는 짧은 경력에도 포트폴리오를 노련하게 운용할 줄 안다”고 평가했다.

황 매니저는 올 들어 나타난 상승장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반도체 업종의 턴어라운드를 논하기엔 아직 이른 시점”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정보기술(IT)주 상승폭이 차츰 둔화하면서 지수도 2300 전후에서 횡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후엔 중소형주로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면서 종목별로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근거는 실적이다. KTB자산운용은 올해 코스피 대형주의 영업이익이 1.6% 감소하겠지만 중형주는 9.14%, 소형주는 25.3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닥 종목의 영업이익은 28.56% 늘 것으로 봤다. 엔터테인먼트주와 게임, 바이오주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황 매니저는 “다시 박스권 장세가 나타나면서 2015~2016년과 비슷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당시 화장품, 바이오주처럼 저성장 국면에서도 성장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업종과 종목에 투자자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매니저가 눈여겨보는 업종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게임, 화장품 업종이다. 그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유튜브·넷플릭스 등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환경 변화로 파괴적 혁신이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이 상대적 강점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해소되면 위안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화장품 관련주가 가장 먼저 반등할 수 있다”며 “기업 가치 및 경쟁력이 훼손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 충분히 사모을 만하다”고 덧붙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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