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리서치센터장들이 본 설 이후 증시 전망

1월 4兆어치 사들인 외국인
코스피 밸류에이션 매력 떨어져
美·中 무역휴전 끝나면 조정 예상

지수보다 상승할 만한 업종 '베팅'
유통·화장품株 등에 순환매 기대
급등한 반도체 추격 매수는 자제
올해 1월 한국 주식시장은 예상 밖 강세를 보였다. 작년 말 시장에 충격을 줬던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 악재가 주춤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살아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설 연휴가 지나고 2월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게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지난달 코스피지수가 꾸준히 상승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연초보다 떨어졌고,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데 상대적으로 덜 올랐거나 상승 모멘텀이 있는 업종 또는 종목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외국인 공격적 매수 주춤할 것…2월 조선·5G·경협株 주목"

외국인 매수세 주춤할 것

1월 강세장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 4조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2015년 4월 이후 최대 규모다. 외국인의 사자에 힘입어 연초 1984.53(1월 4일 장중 기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말 2200선을 회복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연말 이후 미국의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신흥국 주식과 채권 등 위험자산의 매력이 높아졌다”며 “한국도 개별 종목보다는 시장 전체에 베팅하는 자금의 유입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공격적 매수 주춤할 것…2월 조선·5G·경협株 주목"

전문가들은 그러나 설 이후엔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주가는 오르고 이익 전망은 20% 정도 하향 조정되면서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 작년 초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의 12월 선행 실적 기준 PER은 8.60배(작년 12월 28일)에서 지난달 말 10.37배로 높아졌다.

미·중 무역분쟁의 ‘휴전 기간’이 끝나가며 시장이 조정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협상이 잘 이뤄질 것이란 긍정론을 미리 반영해 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협상 결과가 나오는 3월이 가까워질수록 시장이 조정받을 것”이라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지수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 2.25~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발표한 성명서에서 ‘점진적이고 추가적인 인상’이란 문구를 없앴지만 호재로만 보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문구를 없앴지만 데이터에 기반해서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뒀다”며 “이 때문에 미국 경제지표가 나올 때마다 시장이 흔들릴 우려가 있고, 하반기에 금리 인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5G·인프라株에 주목

전문가들은 지수보다 상승 모멘텀이 있는 업종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조선업종이나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경협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분석이다. 오 센터장은 “미국과 북한 간 대화 가능성이 높아지면 미국의 규제완화 정책도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현대건설(44,400 +0.11%) 등 실적이 꾸준해 기관이 투자할 만한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5G(5세대) 통신 관련주와 휴대폰 부품주도 주목할 만한 종목들로 꼽혔다. 이달 25~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에서 삼성전자(53,500 0.00%)가 폴더블폰을 발표하는 등 상승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발표함에 따라 건설·기계 등 산업재도 주목받고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산안에 450억달러 규모 관련 예산이 포함되는 등 중국과 미국의 재정정책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건설·기계·조선 등 미국과 중국의 재정 확대 수혜주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그간 오르지 못했던 유통주, 화장품주 등의 순환매를 기대해 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의 설과 중국 춘제 연휴 전후로 소비 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고,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즈음에 소비 확대 정책들이 시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株 추가 매입은 신중해야

반도체 종목은 단기적으로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어닝쇼크(실적 충격)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제품 가격의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어서다. 최근 급등한 것도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오 센터장은 “단기 업황은 좋지 않은데 지난달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대형주에 몰리면서 급등해 추가 상승이 부담스럽다”며 “다만 미·중 간 합의로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가 강화되고 반도체 굴기에 제동이 걸리면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영연/노유정/전범진 기자 yykang@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