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신용평가사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해 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 현대로템 등 대기업들의 신용전망 및 등급을 하향 조정하거나 낮출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 기업의 부담이 커진다.

SK이노베이션·현대로템까지…'빨간불' 켜진 신용도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전날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BBB+)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자본지출 규모가 크고 실적도 기대에 못 미쳤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1~2년 내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S&P는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자본지출 규모를 2조~2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2017년(1조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 등에 약 1조9000억원을 쓴 게 ‘부메랑’이 돼 1~2년간 현금 흐름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분기 유가와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이 급락한 탓에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5~35% 줄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전망 조정에 영향을 줬다.
SK이노베이션·현대로템까지…'빨간불' 켜진 신용도
S&P 관계자는 “정유 업황이 정점을 지났고,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앞으로 2~3년간 수요도 위축될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 실적은 유가, 환율과 같은 주요 거시경제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현재 신용등급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S&P는 경기 둔화 우려 등을 반영해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자회사인 SK종합화학 등급(BBB+)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현대로템은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의 ‘등급 하향 검토 감시 대상’에 잇달아 올랐다. 감시 대상이 되면 90일 이내 검토 과정을 거쳐 등급 변경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현대로템은 2015년 12월 A+에서 A로 조정된 뒤 3년 넘게 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순손실을 낸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로템의 지난해 매출은 2조41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1961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순손실은 3080억원으로 전년(462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카타르 하수처리 프로젝트’로 인한 손실이 지난해 1400억원가량 반영된 영향이다. 부채 비율은 2017년 말 약 188%에서 지난해 말 약 260%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현대로템은 영업실적 개선은 가능하지만 운전자금 증가 부담 등을 감안하면 재무구조 개선 정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수주잔액이 넉넉한 것은 다행이라는 평가다. 현대로템의 수주잔액은 2016년 6조5770억원, 2017년 7조2980억원, 2018년 7조9500억원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최형욱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실장은 “올해 산업 전망이 우호적이고 신용 전망이 안정적인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한 개뿐”이라며 “미·중 무역분쟁과 금리, 환율, 유가 급변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