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틸리티·에너지업종에 영향을 미칠 가장 중요한 변수로는 정책이 꼽힌다. 특히 한국전력공사 및 발전 자회사(한국동서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실적과 관련한 여러 정책이 예정돼 있다.

환경비용 부과땐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듯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환경급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생산단가가 저렴한 발전기부터 가동하는 경제급전 체제다. 반면 환경급전이란 환경비용까지 급전순위(발전소를 가동하는 순서)에 반영하겠다는 정책이다. 현 경제급전에 따르면 단가가 저렴한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소가 먼저 가동되고,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등은 나중에 가동된다. 하지만 환경급전이 도입되면 석탄화력발전 기본 비용에 ‘플러스 알파’로 환경비용을 추가해 생산단가를 책정하기 때문에 석탄화력발전과 LNG의 단가 차이가 현재보다 줄어들게 되고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지금보다 낮아질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시뮬레이션 결과 석탄화력발전의 단가는 현재 ㎾h당 52.6원에서 85.8원으로 대폭 상승하는 반면 LNG 발전단가는 93.7원에서 94.5원으로 소폭 증가에 그친다. 이런 환경급전의 영향으로 올라간 단가가 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면 한국전력공사 및 발전 자회사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환경비용이 부과되면 국내 전력시장에 발생할 외부비용 총규모는 약 7조4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생산단가를 전기요금에 적절히 반영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진다는 평가다. 올초 열린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권고안 공개세미나 등에서 적정 공급비용을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비용에 비해 전기요금이 낮게 책정되면서 전기 수요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관련 회사 실적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1기 해체비용 1조원 예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원전해체(원전을 영구 정지한 다음 시설 철거 및 방사성 오염 제거) 산업 종합 육성방안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한전KPS의 실적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신규 원전 수주잔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원전해체산업이 새로운 사업으로 떠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원전 1기의 해체비용을 약 1조원까지 예상하고 있다. 원전 해체 기간은 단기간으로 잡으면 15년, 장기간으로 보면 60년가량 소요된다.

원전해체기간을 15년으로 가정할 경우 국내 원전 해체시장의 연평균 규모는 약 6000억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원전해체계획 수립 및 방사선 농도측정 등을 할 수 있는 한전기술, 제염과 해체 작업(원전 영구정지 후 사용한 핵연료의 반출 완료 및 시설물 철거)이 가능한 한전KPS, 폐기물 관리를 맡을 수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유틸리티·에너지업종에서 우수한 시장지위를 지닌 곳들의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반기 말 기준으로 국내 전력거래시장에서 한국동서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동발전, 한국수력원자력 등 6곳이 전력설비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의 경우 지난해 반기 말 기준으로 국내 발전설비의 9.5%, 전력거래량의 9.6%를 담당하고 있다. 원가 경쟁력이 좋은 기저부하 발전기 비중이 60% 수준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또 한국동서발전은 지난해 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 85.3%으로 재무구조가 양호한 편이다.

유틸리티·에너지 업종의 또 다른 관심사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이다. 수소차 보급 확대 및 발전용 연료전지 확대 등이 골자다. 이에 따라 현재 20곳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내 수소차 충전소는 2030년까지 710개소로 확대되고, 이를 위한 공급설비 투자가 예상된다. 수소차 보급 속도도 가팔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삼천리가 관련 기업으로 꼽힌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